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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재고 150만톤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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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재고 150만톤 넘어

입력
2011.03.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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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격은 2년만에 최고라고 난리인데, 국내에선 10년째 가격이 요지부동인 품목이 있다. 그 가격도 정부가 재정으로 떠받쳐 주기 때문에 유지되는데, 공급에 비해 워낙 수요가 모자라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이 원인이 된 인플레이션) 충격도 이 곡물만은 비켜간다. 재고가 남아돌아 저장할 창고가 모자랄 지경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매년 더 많은 양을 수입해야 한다.

쌀 얘기다. 그 쌀이 갈수록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재고량이 150만톤을 넘어서며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생산량과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2010년 양곡연도(2009년 11월~2010년 10월)의 재고량이 150만 9,000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남아도는 쌀이 계속 늘어나는 건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 우선 수요 측면의 소비 감소. 70년 1인당 136.4㎏에 이르던 쌀 소비량은 2006년 처음으로 한 가마(80㎏) 이하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72.8㎏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량은 394만톤에서 429만톤으로 늘었다. 40년 동안 소비가 반토막으로 줄었는데, 생산량은 되레 늘었으니 재고가 늘 수밖에 없다. 매년 수입량이 늘어나는 것도 이유다. 한국은 2014년까지 쌀시장 개방을 유예받는 조건으로 2004년부터 의무적으로 일정 물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매년 도입 물량이 2만톤씩 늘려야 한다.

한국 쌀 시장 보호를 위해 미국, 중국 등 수출국에 약속을 한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하면서 쌀이 넘쳐나는 바람에, 마땅히 쓸 곳도 없는 상황인데도 비싼 값을 주고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대북 쌀 지원이 끊기면서 쌀 재고량 증가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02~2007년 북한으로 건너간 쌀은 모두 150만톤. 이 때문에 2007년과 2008년엔 재고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현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하면서 재고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고 쌀을 보관ㆍ관리하는 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 보통 쌀 10만톤을 1년 보관하는 비용은 약 320억원. 산술적으론 150만톤의 재고를 유지하려면 연간 4,80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쌀 재고를 줄이려면 수입개방(관세화)을 해서 의무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연구원은 "현재도 수입 쌀을 다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장개방을 하더라도 수입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화를 하면 우리 쌀의 수출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쌀 가공식품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재고를 줄일 방안으로 꼽힌다. 특히 밀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쌀과 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과자, 면, 빵 등에서 쌀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고 있다. 정치ㆍ인도적 측면과 더불어 경제적 비용 감소 측면도 고려해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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