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협정문 번역 오류 관련 직원들에 메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서 기본적인 번역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 직원들에게 "기본에 충실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윤 장관은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1%에 불과한 실수가 전체 100%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벽돌 한 장을 잘못 놓아 공든 탑이 무너지고 깃털이 쌓여 배가 가라앉는 이치와 같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보고서 한 장을 만들어도 글자 한자 한자에 돈이 매겨진다는 자세로 신중함과 꼼꼼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편지를 띄웠던 윤 장관이 2주일 만에 '당연한 잔소리'를 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최근 정부가 한ㆍEU FTA 협정문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틀린 숫자가 담긴 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가 망신을 당했는데, 재정부가 경제정책 총괄 부서로서 사전에 그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 윤 장관은 이 일을 의식한 듯 편지에서 "최근 실수를 방치해 큰 문제가 된 사례를 보며, 업무가 과중한 우리 부처 성격상 사소한 실수를 눈감고 넘어가지는 않는지 반성해 본다"고 썼다.
한편 13년 만의 조직 개편과 간부급 직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철밥통'같은 직설적 표현을 써가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의 직장, 철밥통 같은 수식어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사랑 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자고 하면 이질감을 느끼느냐"고 다그쳤다. 그는 또 "노조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의 장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올 들어 두 차례 있었던 노조의 농성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물리적 방법으로 투쟁하는 것이 시대변화에 맞는지 숙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내부 전산망에 개설된 익명 게시판에 대해서도 "무기명 소통 공간에서 '악플'이 풍미하고 있는 현상이 한은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발끈한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단행된 인사와 관련, '외부 입김으로 막판 뒤집기가 판을 치는 등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친 표현의 이메일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직원은 "이메일 내용의 절반이 직원과 노조에 대한 훈계"라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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