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 ∙1절 기념식장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사실상 청와대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산된 여야 영수회담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당측은 일단 소극적 반응을 보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기념식에 앞서 광복회원, 독립유공자, 정당 대표, 4부요인, 종단대표 등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손대표에게 '언제 한번 봐요'라고 말했고 이에 손 대표는 '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영수회담 제의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알아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수회담 추진을 위해 분위기를 조성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의 무게는 이날 환담장 분위기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3∙1절 기념식이 시작되기 20분 전인 환담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손 대표와 만나 웃으며 악수를 청한 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다. 손 대표는 "건강하시죠"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어 회동 제안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이 보는 가운데 "제가 손 대표를 잘 모셔야죠"라며 준비된 케이크를 덜어 손 대표에게 전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이 "두 분이 과거부터 가까운 사이 아니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정치만 안 했으면 되게 친했을 텐데 마음에 없는 얘기도 하고 그래서…"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연말 국회 예산안 강행 처리를 둘러싼 사과 문제로 결렬된 지난달 영수회담을 의식, "조건을 걸지 말고 무조건 만나야죠"라고 거들었다. 손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환담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자신의 옆에 손 대표가 서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단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측은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의례적 표현으로 받아들였고 영수회담 공식 제의가 오면 그 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손 대표는 '밥 한 번 먹죠'라는 수준으로 들었다고 한다"며 "청와대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한 내용을 갖고 그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런 민주당 분위기가 알려진 직후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당장 뭐가 되긴 어렵지 않느냐"며 "뭔가 작품이 만들어지려면 임시국회가 끝난 뒤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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