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에서 밝힌 대북 메시지는 "무력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 메시지는 이전 발언과 비교할 때 다소 유연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에 앞서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하고,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무력 도발'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반도 미래를 열어갈 적기"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등의 언급을 하면서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비록 정부의 남북대화 기조가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대북 메시지는 한달 전 이 대통령 발언과 비교할 때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앞두고 가진 신년좌담회에서 "북한이 자세를 바꿔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부의 대북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은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 발언에서도 발견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월 25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와 관련, "어떤 문안이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북한은 (남측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책임 있는 '조치'에서 '태도 변화'로 바뀐 것이다. 현인택 통일부장관 역시 지난달 28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남북관계 진전은 상당히 어렵다"며 이전보다 발언 수위를 다소 낮추었다. 그는 한달 전인 1월27일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와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북측에 강하게 주문했었다.
최근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한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까지 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위한 행동을 꼭 남측에만 보이라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해, 정부 내부 기류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9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예민하게 반응한 발언이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보안조사에 나선 것 역시 북측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적어도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방지하면서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정부의 메시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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