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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1> 어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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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1> 어장관리

입력
2011.03.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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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젊은 남자가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 "그 애의 속마음을 모르겠어.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더 이상 진도를 안 나간다 말이야."

B: "너 지금 어장관리 당하는 거 아냐?"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고전적인 삼각관계를 우리는 '양다리'라 불렀다. 그러다 양다리를 넘어서서 여러 사람에게 발을 걸치는 '문어다리'라는 말이 나오더니, 급기야 '어장관리'라는 신종 연애용어까지 등장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실제 사귀지는 않으면서 마치 사귈 듯이 친한 척 하며 몇몇의 이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행태를 뜻한다.

다시 말해 여러 이성들과 교제하면서 연애에 대한 희망을 주되, 이중 누구와도 깊은 연애관계로 들어가지는 않는 것. 다종다양한 물고기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어장에 넣어놓고 비교·관찰하다가, 그 중 제일 튼실하고 맛나 보이는 물고기를 골라내려는 행태이다. 어장 속에 들어있는 남성을 두고 '어장관리를 당한다'고 하고, 어장관리를 하는 여성을 '어장녀'라 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성을 보는 눈이 아직 없거나, 자기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눈에 반해 결혼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래서 '이 사람은 내 운명이야' 혹은 '악연도 다 하늘이 준 인연이야'라는 생각에 다양한 이성들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와 덥석 결혼하는 것보다 차라리 어장관리를 하다가 결혼하는 게 낫다. 다수의 이성을 친구처럼 대하고 상대하면서 비교 분석하다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어장관리의 기준이다. 재산이나 가문, 학력이나 스펙, 외모 같은 외형적이고 세속적인 가치들을 기준으로 어장관리를 한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어장관리는 이미 상대 이성을 평생을 같이 할 정신적 동반자가 아니라 단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장신구쯤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치 상품을 구매할 때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다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관심상품'에 보관해놓는 것. 그러다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가격과 정보를 체크하는 행위와 다름없지 않는가. 연애나 결혼을 할 누군가를 상품화 혹은 대상화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방도 그것을 안다. 그래서 어장관리를 당하는 사람 역시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을 상품화, 대상화할 것이다. 이런 식의 결혼은 일종의 배우자 구매행위 혹은 계약결혼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런 결혼에서 친밀하고 건강한 부부관계나 행복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대인관계, 특히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 심리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연애를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반대급부로 이도 저도 아닌 이성관계들을 방만하게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우선 자신의 마음, 자신의 문제부터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어장관리라는 신조어는 애인조차 상품으로 취급하고, 깊이 사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심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태형씨는 등의 저서를 낸 심리학자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자에 신조어를 통해 한국사회를 비평하고 한국인의 심리구조를 분석하는 글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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