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3ㆍ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지난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담화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야만 우리 양국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냉전을 넘어 세계화로 가는 21세기에 이제 20세기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일본이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대일(對日)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기념사에서는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뒤 지난해에는 "일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다만 일본의 비정상을 바로잡아 옳은 길로 이끌고자 했던 것"이라며 3ㆍ1운동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그쳤다. 2009년에는 "우리 선열들은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조국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불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올해 기념사에선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언급하며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간 총리는 지난해 8월 10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통해 사죄를 표명하면서 조선왕실의궤 반환과 사할린 동포 지원, 일제강점기 시절 징집돼 일본에서 숨진 한국인의 유골 반환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진일보한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총리 담화의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해왔다. 담화 당일에도 간 총리와의 통화를 통해 "일본이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 담화의 후속조치는 행동으로 제대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이 조선왕실의궤 등 1,205책의 도서반환 협정에 서명했지만 일본 내 반대 여론 등의 이유로 일본 의회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행동' 언급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채택을 앞두고 일본 정부에 역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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