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시를 배우는 인문대학의 이군은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새내기 시인이다. 군복무를 해군에서 한 이군답게 그의 시적 호기심은 대양에 있다. 그가 시창작 과정 카페에 올리는 시는 대부분 미지의 바다에 대한 보고서다. 이군은 밤마다 해도를 펼쳐놓고 시로 6대양을 항해한다.
어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늘은 마드리드에서 항해일지를 남겼다. 그것이 그에게는 시 쓰기다. 그가 꿈꾸는 뱃길을 따라가다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 그의 항해가 비록 꿈일지라도 바다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이군은 바다에 호기심이 많아 지난해 여름 해양문화재단에서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항해하는 13박 14일의 '해양영토대장정'에도 참가했다.
그 항해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돌아온 그가 참 늠름했다. 시로는 김성식 선장을, 소설로는 천금성 선장의 맥을 잇고 있는 시인이며 소설가인 친구 이윤길 선장에게 이군의 이야기를 했다. 5월 말에 출항하는 자신의 배에 태워서 북태평양으로 나가겠다고 한다. 3등 항해사로 특채해서 바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이 선장의 배는 원양어선이다. 출항하면 180일간을 땅 한 번 밟지 못하고 바다 위에서 살아야 한다. 이군이 3등 항해사 제복을 입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책상 위가 아닌 바다 위에 쓰는 그의 시가 더욱 푸르러질 것이라 믿는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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