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종교계의 정치 관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개신교가 최근 노골적으로 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 반대 운동을 벌이자 전문가들은 3일 "우리나라도 종교 갈등 국가로 바뀔까 봐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슬람채권에 대한 과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이슬람채권법을 찬성하는 의원을 낙선시키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자 이 같은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최근 '이슬람채권법이 처리될 경우 대통령 하야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불교계는 지난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반발해 정부ㆍ여당 인사들의 사찰 출입 금지를 선언하고 정부에 등을 돌렸다. 또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천주교를 필두로 범(凡)종교계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종교계 인사들은 민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존경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종교계는 교리와 교계 이해에 반한다는 이유로 국가 정책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양태를 보여 과도한 정치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정교(政敎)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국가정책에 반대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여러 교단과 갈등 관계를 보여왔다. 현정부가 종교계와 갈등하는 이유는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여서 MB정부가 개신교와 가깝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종교계가 과거에 비해 더욱 세속적 문제와 이해에 관심을 많이 갖기 때문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교분리 원칙을 망각하고 세속적 이해 요구에 매달리는 교계의 일탈을 일제히 비판했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종교가 특별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정치 문제는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에게 맡겨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가지도자가 정교 분리 입장에서 종교기관에 엄정 중립의 자세를 취하지 않고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린 결과"라면서 대통령의 자세 전환을 주문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종교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하고 모든 종교는 정치에 불개입한다는 일종의 자기 제한성(self limitation)을 자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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