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스위스에서 월드프리미어(세계 각국 배급사를 상대로 한 시사회)로 소개된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지난해 초연 내용을 업그레이드해 1일 재공연에 돌입했다. 이 작품은 유럽 뮤지컬이어서 한국 뮤지컬 공연계가 재창작이 불가능한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 일변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가족ㆍ스태프 대상 시사회에서 첫선을 보인 공연은 지난해 공연보다 한층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 나온 선원 몬테크리스토가 출감 후 보물을 발견한 뒤 백작 행세를 하며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8일 첫 공개된 이번 공연 2막은 몬테크리스토가 선장이 되기 위해 경쟁자인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동료(당글라스), 연인(메르세데스)을 빼앗은 친구(몬데고), 무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유죄판결을 한 판사(빌포트)에게 복수하는 과정이 지난해 공연보다 세밀해졌다.
1막에서 몬테크리스토가 감옥을 탈출했다 해적선에 끌어올려진 장면인 해적 신 역시 지난해 공연보다 안무가 화려해졌고 시간도 길어져 주요 장면으로 바뀌었다.
한국 연출 박인선씨는 “몬테크리스토가 복수하는 장면 등은 등장인물 행동의 당위성을이해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서 관객을 설득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야 한다고 해 대폭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형과 재창작이 가능했던 것은 이 극의 저작권사가 미국 브로드웨이가 아닌 스위스 회사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는 극의 내용과 연출, 의상, 무대 등을 일일이 제한해 아무리 장시간 공연해도 재창작이 불가능하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를 수입했고 엠뮤지컬컴퍼니는 체코에서 ‘살인마 잭’ ‘삼총사’를 수입해 재창작하기도 했다.
EMK에 따르면 올해 ‘몬테크리스토’ 공연은 지난해 초연 이후 1년여 동안 버트 요한슨 연출가, 박인선 협력연출가, 엄홍현·김지원 프로듀서, 원미솔 음악감독, 이란영 안무가가 국내ㆍ외를 오가는 수십 번의 회의를 거쳐 완성했다. 월드프리미어에서 판권을 사들인 작품이어서 초연 공연 역시 극본과 노래 외에 무대와 연출 의상 등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창작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음악인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삽입곡)을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 혼이 작곡한 노래 ‘역사는 승리자들의 것’이나 ‘마지막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 등도 감정을 폭발적으로 이끌어 내며 관객의 집중을 모은다.
하지만 “접니다. 무슨 일이시죠” 등의 일상적 대화까지 대사가 아닌 노래로 처리된 오페라에 가까운 유럽 뮤지컬 특성을 국내 관객이 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이런 구성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려면 배우의 가창력이 관건인데 28일 공연을 한 신성록(몬테크리스토 역)이나 최현주(메르세데스 역)는 성량 부족으로 일부 음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극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중간중간 차양을 가린 채 진행되는 신에서는 막 뒤에서 분주히 무대 장비를 옮기는 발소리가 객석까지 새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창작과 변형이 가능한 유럽 뮤지컬이라는 특징 때문에 추가적 완성도 향상도 기대된다. 가창력이 뛰어난 옥주현 엄기준 등도 더블 캐스팅돼 있어 이들이 투입됐을 때 객석 반응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과 교수는 “유럽 뮤지컬은 고전 원작이 대부분이어서 내용이 지루하지만 친근하고 음악이 한국 정서에 맞는 장점이 있다”며 “또 유럽 뮤지컬 수입으로 브로드웨이의 라이센스 제한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작품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는 순효과가 있지만 검증 안 된 공연이 대부분이어서 무분별하게 수입될 경우 완성도 면에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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