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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의혹캐기' 미풍일까, 태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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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의혹캐기' 미풍일까, 태풍될까

입력
2011.02.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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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 조사]'그림 로비' 등 개인비리 국한 실세 로비의혹 등 손안댈 수도"진술 어디까지" 주목 속 권력형 게이트로 수사확대 가능성

'그림 로비' 의혹 등에 휘말려 자진 사퇴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참여정부 말기에 국세청장 자리에 오른 한 전 청장은 현 정부 들어 정권 실세를 상대로 유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이날 오후 2시 한 전 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1일 새벽까지 조사했다. 검찰에 출두한 한 전 청장은 취재진에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하고는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2009년 3월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는 같은 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나를 둘러싼 의혹들은) 끝도 없는 진실 왜곡이며, 적당한 시기에 모두 설명하겠다"고 밝힌 지 1년 3개월 만이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 상납 ▦이상득 의원 주변 인사들과의 경북 포항 '골프 회동'에서 자리 보전 청탁 ▦'박연차 게이트'를 촉발시킨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관련 직권 남용 등 3대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당은 이들 의혹에 대해 2009년 3월과 6월 검찰에 수사촉구서 및 고발장을 각각 냈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내사해 왔던 한 전 청장의 또 다른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고 있다. 조사할 분량이 많아 자정이 훨씬 넘어야 조사가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의 소명만 듣는 선에서 조사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개인 비리 차원에서 한 전 청장을 사법처리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제기된 3대 의혹 중 그림 로비, 그리고 내사 사건인 S해운ㆍA호텔 세무조사 무마 관련 금품수수 의혹 등이 이번 수사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국세청장 유임을 위한 골프 로비나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등 정치적 성격이 강한 부분의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 된다.

문제는 이럴 경우 검찰이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직원들한테 승진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주목받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세청의 고질적ㆍ구조적인 병폐를 밝혀낸다면 최소한의 모양새는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한 전 청장의 '입'이다. 현 정권 실세들의 비위 의혹을 상당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전 청장이 그와 관련해 유의미한 진술을 할 가능성은 객관적인 정황상 높지 않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한 전 청장이 입을 연다면 이번 수사는 '권력형 비리' 수사로 전면 확대되면서 메가톤급 파장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문제가 됐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으로 돼있다는 문건의 존재 여부는 최대의 뇌관으로 꼽힌다. 한 전 청장을 '시한폭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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