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고로쇠로 정평이 나 있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의 고로쇠 마을. 1995년부터 수액 채취를 해온 이 마을은 매년 이맘때면 인근 서리산 철마산 천마산 축령산 주금산 등 5개 산에 자생하는 고로쇠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짭짤한 농가 수입을 올렸다. 쌉싸래한 가운데 피어나는 한 줄기 달콤한 수액 맛이 일품이어서 수도권에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24일 만난 고로쇠 마을 주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올해 채취량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주문량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리산 해발 450m에 위치한 고로쇠 간이 집하장. 밖에는 텅 빈 9리터(2만5,000원) 들이 플라스틱 통 10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집하장 안 집수조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전 10시께부터 고로쇠 나무에서 흘러나온 수액이 이동관을 타고 이곳으로 모여 오후 1시면 1,000리터 들이 집수조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야 하는데 이날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수확량이 줄어든 것은 올해 겨울 내내 이어진 이상 한파와 폭 좁은 일교차 때문이다. 보통 남양주 등 중부 지역은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지리산 등 남부 지역은 2월 초순부터 3월 중순까지 약 40일 정도가 수액 채취 적기다. 하지만 올해는 남양주 지역에서 22일에 첫 물이 나왔다. 40일 중 7일을 까 먹은 셈이다. 고로쇠는 특히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오면 수액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날씨에 민감한데 올해는 바람도 많았다.
고로쇠 수액 채취량은 밤에는 영하, 낮에는 영상 기온을 유지하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클 때 절정을 이룬다. 그런데 올해는 2월 초ㆍ중순까지는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고, 2월 하순부터는 밤낮으로 영상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 바람에 채취량이 많이 줄었다.
남양주의 경우 매년 320여톤의 고로쇠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1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지리산 인근의 하동ㆍ함양군, 전남 순천ㆍ광양ㆍ곡성ㆍ구례 지역도 한파로 고로쇠 나무의 생육이 떨어져 수액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20%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량도 예년 같지 않다. 고로쇠의 판로는 주로 단골 손님들의 입소문을 통한 전화ㆍ인터넷 주문과 관광객에 의한 현장 판매에 의지한다. 하지만 올해는 구제역 파동으로 주문량이 예년의 20~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축제 취소에 따른 관광객 감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남양주시 오창근 작목반장은 "고로쇠 수액과 구제역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소비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 같다"며 "구제역에 고로쇠 수액이 오염되지 않느냐는 문의도 많다"고 한숨 쉬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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