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 공천개혁안을 보고했다. 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한동안 강한 의욕을 표해왔던 전면적 국민경선에서는 많이 물러났지만, 대의원과 당원 투표, 국민경선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2:3:3:2로 하겠다는 대안의 내용만으로도 여당 체질에 비추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물론 이 정도의 방안에도 당내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어서 최종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상향식 공천' 방안 외에도 이른바 '전략공천' 비율을 20%로 제한하고, 조직적 동원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국민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다른 실질적 장치도 제안됐다. 앞으로 열띤 논의를 통해 여당이 조금이라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다만 공천개혁특위의 사명감과는 달리 여당의 공천제도가 일반 국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띠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관념적으로도 한국사회 전체의 민주화가 형식 면에서 내용 면으로 심화해 가는 과정의 한 부분인 정당 민주화 차원에서의 평가가 가능할 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앞으로 여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공천제도 변화가 정치개혁의 핵심인 양 확대 해석하거나 공천제도 변화로써 유권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발상일 수 있다.
그 동안 특위 공청회 등에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정당 민주화 요구와 국민참여 경선을 직결시키거나 당 내부의 제도개혁 문제를 곧바로 국민지지 확대 수단으로 삼는 등의 논리비약이 성행했다. 엄밀히 말해 상향식 공천은 정당 내부의 민주화의 문제이고, 국민 경선은 당원의 고유 권리를 일반 국민에게 양보하는 일종의 정치 서비스일 뿐이다. 내부 민주화와 대 국민 서비스의 수준과 정도를 정당이 결정하는 것과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행위다. 이런 혼동을 막지 않고서는 실효성 있는 공천개혁 방안을 끌어내기 어렵다.
선거 득표력은 공천제도의 대내 민주성이나 대외 개방성이 아니라 정책과 실적에 달렸다. 이런 상식을 여당이 공천개혁 논의의 바탕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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