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내린 전국적 호우로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이 크게 염려됐으나 직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매몰지 조성과 사후관리가 미흡했던 곳이 더러 확인되고 있어 다가올 해빙과 잦은 봄비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많은 축산농가와 인근 주민들이 말하는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앞으로는 모른다"는 걱정이 현재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유례없는 구제역으로 전국 4,600여 곳에서 340만 마리가 넘는 소 돼지를 짧은 기간에 처리하면서 매몰매뉴얼과 환경지침을 제대로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 함몰된 매몰지에 빗물이 고인 곳이 많았고, 성토한 봉분이 유실된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인근 배수로나 저류지(웅덩이)로 배어 나온 침출수가 방치된 경우가 많으니 악취가 풍기고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되는 제2의 환경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새롭게 배수로를 정비하고 소독ㆍ살균을 위한 화학적, 미생물적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은 최소한 6개월 뒤, 1년 후를 대비하는 조치들이다. 상수도보호구역 내에 만들었던 매몰지는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당장은 인근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지만 그곳의 처리능력이 이미 한계에 이른 곳이 적지 않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매몰지 인근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동네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현실에서 상수도 보급을 확대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지금 상황을 거울 삼아 폐사한 가축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검토도 필요하다. 이번과 같은 구제역 확산 때문이 아니라도 평소에 연간 150만 마리 이상의 소 돼지가 폐사해 좁은 국토에 매몰되고 있다. 침출수 유출과 2차 감염을 차단하고, 지하수와 토양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선진국에선 매몰보다 소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당장 화급하긴 하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도 아울러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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