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론'으로 잘 알려진 이면우(66)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28일 정년퇴임식을 갖고 41년간 몸 담았던 모교를 떠났다.
이 교수는 이날 정년퇴임식에 앞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른 동료 교수들이 '온갖 짓을 다 했는데도 잘리지 않고 정년을 채우고 퇴임하는 것이 참 행운'이라고 축하해줬다"며 "한 길을 걸어 정년 퇴임을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25세였던 1970년 산업공학과 창설 멤버로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 교수는 1991년 서울공대백서를 집필하면서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백서를 통해 "서울대는 국내 최고의 대학도 아니고 기껏해야 세계 400위에도 못 드는 관악산의 최고 대학"이라며 엉성한 연구비 집행 등 공대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6명이 공동집필하기로 했지만 백서 집필 방향을 두고 매파와 비둘기파 둘로 갈렸고, 결국 매파였던 나 혼자 남아 백서를 완성했다"고 회고했다.
W이론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때이다. 백서 파문을 겪은 이 교수는 평소 생각을 글로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205쪽 분량의 책 (1992년)를 3주 만에 집필했다. 그는 책을 통해 "외국의 경영철학을 무분별하게 수입할 게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는 독창적인 국가 경영철학을 세우자"며 민족고유의 정서인 '신바람'과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에 입각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 책은 60만부가 팔리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을 거들먹거렸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총생산(GNP)만 올린 것에 불과했다"며 "진짜 선진국은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나라이며, 국민 모두가 이런 철학을 갖자고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자신의 주장이 지금도 유효하다며 "리더는 국가나 대기업의 수장이 아니라, 제도권의 온갖 방해를 헤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이라며 "앞으로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리더십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달부터 울산과학기술대 디자인인간공학부 석좌교수를 맡게 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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