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겠습니다."
서울 중랑경찰서에 여성 경찰관들로만 구성된 '여경경제범죄수사팀'이 전국 최초로 출범했다. 여경들로만 구성된 성범죄 전담반은 있지만, 사기사건 등 경제관련 수사를 여경들이 전담하기는 처음이다.
중랑경찰서는 2일 여경 8명으로 구성된 경제3팀 발대식을 가졌다. 수사과내의 사이버팀, 지능팀뿐 아니라 교통조사계 등에서 베테랑들만 차출했다. 팀원 중 맏언니로 경찰 경력이 21년 차인 김정희(40) 경위는 "기혼여성의 인생경험을 살려 피해자는 편안하게 조사를 받고 가해자는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무래도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는 여성 경찰관들에게 민원인들이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 팀원 가운데 7명이 주부이다. 사무실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벽을 베이지색으로 도색하고, 파티션도 설치했다. 험악하고 시끌벅적한 경찰서 느낌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였다.
여경으로만 구성된 경제팀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그간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했던 수사관들의 공통된 인식에 기반한 것. 김종만 중랑서 수사과장은 "중랑구는 다른 곳 보다 서민들이 밀집한 지역인데, 지난 1년 간 사기범죄 피해자들을 분석해보니 여성이 약 16%나 증가했다"며 "이들 가운데 여성조사관을 원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찰청 워크숍에서도 여성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설문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팀 구성에 들어가면서 중랑서 내부에서는 굳이 팀원 전체를 여경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팀에 합류한 전윤숙(33) 경사는 "사실 처음에는 굳이 팀을 하나 더 만들 필요가 있을까 회의도 들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서로 의사소통도 많이 하고 조언도 주고받는 등 사건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팀의 막내 권미정(31) 순경은 "새로 발령을 받고 4년 전 처음 경찰에 입문할 때 가졌던 각오가 다시 떠올랐다"며 "당시 면접에서 어떤 경찰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감성경찰이 내 미래 모습'이라고 했는데, 이 곳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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