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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교수님 앞에선 재벌 딸도 벌벌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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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교수님 앞에선 재벌 딸도 벌벌 떨어요"

입력
2011.02.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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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 대학의 사제관계 '불편한 진실들'"비싼 해외 캠프 갔더니 교수, 레슨 안 하고 골프만드라마에 나온 교수 그림 대학원생이 모두 그려가혹행위 어제오늘 일 아냐… 못 버티면 학교 떠나야죠"

"음대 친구들 사이에는 김 교수가 '애꿎게 걸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음대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거죠."(서울 한 사립대 음대생 이모씨)

제자 상습폭행 및 금품 요구, 티켓 강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에 대한 대학 본부의 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27일. 예능계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은 "음대를 비롯해 무용, 미술 등 예능계 교수들의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김 교수 사건이 보도된 이후 서울대생은 물론 타 대학의 음대생들도 '언론에 보도됐더라'라는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반인이 받는 충격과는 달리 당사자들은 관행화한 부조리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나뿐만 아니라 여러 학생이 주먹으로 배를 맞은 적이 있고,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며 "1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지고 무뎌졌다"고 털어놓았다.

음대를 졸업한 김모(25)씨는 "2005년에 1인당 300만원을 들여 동남아로 교수와 학생들이 일주일간 캠프를 갔는데 교수들은 매일 골프장이나 휴양지에만 가고 레슨은 하지도 않았다"며 "학생들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뻔히 알고 따라간 터라 항의를 하는 일도 없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교수들에게 받는 개인 레슨 비용 등 등록금 외에 드는 추가 비용이 워낙 커 대출금을 얻어야 할 정도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교수들의 행태는 음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게 예능계 출신들의 말이다.

모 사립대 도예과를 졸업한 송모(27)씨는 "한 교수는 작업을 잘하는 대학원생을 지도학생으로 삼은 후 이 학생의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비싼 값에 팔았고, 또 다른 교수는 똑같은 모양의 작품을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작업의 대부분을 제자들에게 시켰다"고 말했다. 서울 사립대 미대 졸업생 K(24)씨는 "유명 드라마에 나왔던 그림은 모 교수님이 그렸다고 소개됐지만 대학원생들이 다 그렸다고 들었다"고 했다.

무용 분야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주종관계'나 다름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무용학과 졸업생인 박모씨는 "학생들은 교수가 출연하는 작품에 몇 개월간 같이 연습해 무대에 서지만 보수는커녕 무용복도 자기 돈으로 사 입고 일한다"며 "교수가 제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전횡과 부조리에 대한 학생들의 불감증은 그릇된 스승과 제자의식을 심는 예능계 특유의 도제식 교육의 영향도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손꼽히는 재벌가의 딸도 음대 스승에게는 꼼짝 못하고 설설 긴다는 이야기도 음대생들 사이에 유명하다.

이 때문에 부조리한 관행을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은 폭로 내지는 법에 호소하기보다 학교를 떠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대학 무용과 출신인 김모(24)씨는 "전공 분야에 관계없이 교수들의 요구로 1학년 한 학기 동안 산 공연 티켓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했다"며 "표를 모아 학교당국에 신고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교수들이 교육과정이라고 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다녔다"고 말했다. 음대생 이모(21)씨는 "예술대를 다니는 한 친구는 교수가 돈을 요구하는 횡포를 참지 못해 휴학했다"며 "유학을 가는 친구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한편 김인혜 교수는 2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멕시코 출신의 테너 프란치스코 아라이자의 오페라 콘서트에서 예정대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4월로 예정된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네덜란드의 로열콘세르트허바우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은 서울대의 징계위 결과에 따라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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