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세력과 반정부 시위대 간 내전 양상이 격화함에 따라 리비아의 앞날은 혼미하다. 군부가 이탈해 쿠데타가 날 것이라는 관측과 부족간 전쟁 가능성, 국제사회 개입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상정되고 있으나 문제는 카다피의 항전 의사가 뚜렷해 앞으로도 막대한 추가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카다피 병력이 약 12만명에 달하지만 이탈현상 심화로 결국 10%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아 군은 정규군 보다는 민병대와 용병들이 주축인데, 군의 분열은 쿠데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분열된 군이 결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쿠데타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카다피 정권의 직속 병력인 혁명위원회와 아들들이 맡고 있는 최정예 카미스여단 등의 충성심이 강한 점도 쿠데타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리비아 각 부족 간 갈등과 원한관계 등을 고려하면 부족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벵가지 등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동부에서는 몇몇 다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곳에서도 부족 간 갈등은 심하지만 반정부 시위 이후 자치위원회가 신속히 구성돼 치안, 의료 등 관리에 나서는 등 조직화와 협동 수준이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전으로 파괴된 사회 기반시설은 리비아의 국론 분열을 더욱 심각하게 해 발전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전망했다.
그렇다면 카다피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까. 그의 측근들은 카다피가 투항이나 해외 도피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극도로 자존심 강한 카다피의 성격을 감안한 것이다. 끝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죽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이런 맥락에선 카다피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하는 단말마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비아는 2003년 화학무기 포기를 선언한 뒤 보유했던 화학무기의 절반 가량을 폐기했지만 아직 9.5톤 분량의 겨자가스 등 상당한 화학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가 화학무기를 동원하면 국제사회의 물리적 개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카다피의 화학무기 사용조짐이 가시화하면 "국제사회는 리비아의 대량 살상 행위에 대한 법적 의무를 갖고 있다"며 개입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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