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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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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부활해야 할까

입력
2011.02.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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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시한이 만료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부활 여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기촉법은 환란 이후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만들어진 법. 채권액 기준으로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바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작년 말 이 법이 폐지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단 한 곳의 채권금융기관이라도 채권 회수에 나서기 시작하면 다른 금융기관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채권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워크아웃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기촉법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 실제 최근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의 경우 채권은행 75%의 동의를 얻어 ‘사적 워크아웃’을 시작했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이 동의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 법의 부활에 반대한다. ▦채권단과 기업이라는 양 당사자 중 채권단 일방이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되고 ▦채권단 중에서도 주채권은행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며 ▦찬성하지 않은 나머지 25% 채권금융기관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을 받는다는 점 등이 반대 이유다.

이 법이 처음 만들어졌던 2001년에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됐고, 2007년에도 3년 한시법으로 부활한 것 역시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일리 있기 때문.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이 법의 일몰을 앞두고 3년 시한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흐지부지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기촉법 재부활을 밀어붙일 태세인데, 과연 국회가 호락호락 받아들여 줄 지는 미지수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기촉법 부활 찬성

기촉법은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실징후기업을 채권금융회사(채권단) 부담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당시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구성원간 합의도출이 어려워 절차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다. 법원 회생절차는 긴 시간이 소요돼 그 사이 기업영업이 사실상 붕괴되고 협력업체로까지 부실이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았다. 이에 따라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 이전에 채권단과 기업이 상호 협의해서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2001년 기촉법이 제정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기촉법은 부실징후기업의 확산을 차단하고, 조기 경영정상화를 도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올해도 경제적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구조조정을 해야 되는 기업 수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년 말 기촉법 시효가 만료돼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및 정상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촉법이 조기에 재입법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만이 아니라 협력업체 연쇄 부도, 대량 실업 및 지역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 등이 우려된다.

법조계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촉법 재입법 반대 이유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첫째 기촉법이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두 번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우리나라 사례에 놀라며, 기촉법 등 위기극복에 기여한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 없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둘째, 기촉법이 재입법되면 관치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상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전 일정기간 동안 채권유예를 요청할 수 있을 뿐, 워크아웃 과정에 개입할 어떠한 권한도 없으며 실질적으로 간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주채권은행도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가장 많은 은행이 하도록 되어 있다.

셋째,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이 기업의 의견을 무시한 채 채권단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워크아웃은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기업과 채권단이 긴밀히 협조하는 과정이며, 해당 기업이 동의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특히 이번 재입법안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워크아웃 과정에서 기업과 반드시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분의 3의 채권단이 결의하면 반대하는 4분의 1은 신규자금 지원 결정 등에 따르거나 채권 매각 후 탈퇴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채권금융회사의 사적 재산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7년 수정 재입법 후 지금까지 기업, 금융회사 등 이해관계자가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 등을 제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리고 반대한 채권금융회사의 채권도 찬성한 채권금융회사가 합의한 시가에 매수토록 하고 있고, 합의가 안되면 공동 선임한 회계인이 실사한 가격을 토대로 조정한 가격, 그것도 안 되면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해 재산권 침해 소지를 줄이고 있다. 이런 장치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위헌이라면, 재개발 관련 법률이나 환경규제 관련 법률도 모두 위헌이 될 수 있기에 이는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기업, 금융회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기촉법 재입법을 이구동성으로 희망하고 있다. 더 지연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과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해 조속히 재입법되기를 희망한다.

김건 금융위원회 과장

■ 기촉법 부활 반대

지난 연말 효력이 종료된 기촉법의 재입법 문제가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진흥기업 사태를 계기로 “기촉법 공백 때문에 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과연 사실이 그러할까?

기촉법은 IMF 구제금융체제였던 2001년 당시 타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국가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법치주의를 희생하고 5년이라는 시한을 정해 화급하게 만든 법이다. 당시 기촉법에 반대하면 매국노로 매도되는 분위기였는지 국회 회의록엔 이렇다 할 입법 토론조차 없었다. 시효가 만료된 후 2005년 다시 기촉법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가 위헌 문제로 재입법이 무산되었는데, 2007년에 ‘마지막으로’ 3년만 더 기회를 달라면서 제정됐다가 이번에 다시 효력이 끝나게 된 것이다.

기촉법과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마치 기촉법이 없으면 기업은 워크아웃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부실 기업은 얼마든지 통합 도산법에 따른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고 채권은행 간의 자율협약에 의하여도 얼마든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합의된 금융기관끼리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는 알아서 채권추심을 하면 된다. 그것이 시장경제고 공정사회이고 민주주의다.

기촉법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기업의 동의도 없이 주채권은행이 판단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한다. 심지어 회생불능하다고 생각하면 기업에게 해산 또는 청산할 것을 요구하거나,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라고 요구까지 한다(7조). 세계적으로 유래도 없고 과연 시장경제를 채택한 헌법에서 가능할 것인지 의심까지 갈 정도의 법률이 이제 부활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주채권은행의 선정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은 금융위원회가 정하고 있다(2조). 나아가 주채권은행이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을 개시하지 않으면 시정을 요구하거나 임원 징계, 영업 정지 등을 명할 수도 있다. ‘관치금융’의 망령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워크아웃 진행 중에 기업이 주요 업무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지정한 자금관리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채권단 대리인에 불과한 자금관리인이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승인권을 행사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기촉법에 의한 절차가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절차보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의문이다. 1997~2004년 진행된 구조조정을 비교 분석한 결과, 처리기간은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회생절차를 통한 기업이 워크아웃보다 재무구조나 영업이익율이 더 좋아졌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W건설의 사례처럼, 정작 은행들은 당장의 채권회수에만 매달린 나머지 기업의 유망한 미래성장동력까지 정리하도록 요구해 회생가능성을 아예 없앤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 하나의 독소조항은 사법부에 의한 공정한 결정에 의하여 관련 당사자의 이해가 조정되어야 함에도, 상장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즉시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고 이후 회생절차 진행 여하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경영자가 상장폐지의 위험을 감수하고 워크아웃 대신 회생을 신청 하겠는가. 금융당국의 행정행위에 의하여 기업의 생사가 사실상 결정되는 것이다.

기촉법이 그렇게 필요하고 정당한 법이라면 왜 3년이라는 한시법으로 만들었겠는가? 세계경제규모 10위의 국가라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사법 절차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가야 한다.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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