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리비아 사태로 두바이유 값은 지난 주말 배럴 당 110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를 뒤흔들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리비아를 넘어 확산될 가능성은 일단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바레인에서 집권 수니파에 대한 다수 시아파의 저항이 거세지는 등 이번 격동이 중동 이슬람 국가간 종파 분쟁으로 확산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바레인에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이 개입할 경우, 국제 유가는 최고 20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역대 오일 쇼크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거점인 중동의 정정 불안과 맞물렸다. 중동산 기준원유값을 1년 새 2.59달러에서 11.65달러로 4배 가까이 끌어올린 1차 오일 쇼크는 1973년 10월 1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 촉매가 됐다. OPEC는 원유 고시가격을 17% 인상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아랍 점령지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권리가 회복될 때까지 매월 원유 생산을 5%씩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석유 무기화'의 등장이었다.
■ 2차 오일 쇼크 역시 78년 말~79년 초 이란의 정정 불안과 회교 혁명을 축으로 발생했다. 특히 세계 석유공급의 15%를 차지하고 있던 이란의 혁명 정권이 석유수출 금지와 감산을 선언하자 투기성 수요까지 몰리며 석유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어 80년 8월 이란ㆍ이라크 전쟁까지 터져 국제 유가는 81년 10월 34달러 선까지 올랐다. 물론 오일 쇼크가 중동 정세 불안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다. 2008년 유가가 140달러 이상 치솟은 건 수급 불안이나 나이지리아 등의 정정 불안도 있었지만, 석유시장의 투기가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창립한 짐 로저스는 저서 에서 국제유가 상승과 불안의 근원을 반복적인 수급 우려, 특히 '이용 가능한 값싼 석유의 한계'에서 찾았다. 그는 "유정만 뚫으면 콸콸 솟아나오던 값싼 석유 시대는 끝났다"며 2015년 이전에 세계 석유생산이 정점을 지날 것이라는 분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상승 압박은 거세질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최근 유가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단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상시 고유가 체제에 대비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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