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최근 굵직한 현안들에서 잇따라 '호남 양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호남당'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전략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큰 집을 짓기 위해 사석 작전도 펼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문제는 극심한 당내 반발이다.
손 대표는 4ㆍ27 재보선 야권연대 협상과 관련, 전남 순천 국회의원선거에 민주당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텃밭인 순천을 양보함으로써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를 두고 당내 갈등이 일자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가 충청을 크게 안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손 대표가 이제는 당의 진로와 관련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기 출신인 손 대표가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의 기반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순천을 양보하면서도 민주당 동진 전략의 교두보가 될 경남 김해을은 내주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호남 양보'라는 명분을 택함으로써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호남 출신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시도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재보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지 못하면 "텃밭만 내주고 빈 손이 됐다"는 비판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커져 가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일도 발등의 불이다. 순천 예비후보 중 지지율 선두권인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7일 성명을 내고 "순천 무공천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 지도부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순천 무공천 방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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