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일 협력ㆍ교류 문제가 여러 분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북한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양국 방위협력이 비상한 관심을 끌다가 이번에는 일본 대중문화의 추가 개방이 논란을 불렀다.
과거사문제가 협력 걸림돌
한일 국방ㆍ방위 장관은 최근 서울 회담 등을 통해 기초적 단계의 방위협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의 결실을 거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양국 모두 미국과 동맹관계인데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과 권력세습 이행기의 불안을 감안하면 한일 양국이 방위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일본으로서는 우선 한국이 가진 실시간 북한 정보가 요긴할 것이고, 한국 역시 북한의 급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웃 일본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방위협력에는 양국간에 온도 차이가 있다. 방위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먼저 내비친 것은 일본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비밀보호협정 등의 체결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일본 언론들이 앞서 보도해왔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총리 담화까지 발표하며 양국 화해를 위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방위협력을 적극적으로 논의해도 좋을 시기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의 정서는 조금 다르다. 정부로서는 일본과 사안별로 필요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실리를 얻고 싶겠지만, 문제는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 잡는 데 대한 여론의 거부감이다.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일본 총리의 발언을 한국 언론은 정색하고 비판한다. 아무리 한일이 가까워졌다고 해도 제국주의 일본의 군사력에 짓밟힌 과거사의 상처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뿌리 깊다.
일본 TV 프로그램의 한국 지상파 방송을 허용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주목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채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저급한 일본 오락프로그램을 수입하겠다는 속셈을 가진 국내 언론기업에 장단 맞춰줄 요량이라면 재고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 TV 드라마가 한국 대중문화를 압도할지 모른다고 걱정할 시기는 이미 지난듯하다. 그래도 일본 방송을 한국의 지상파 채널에서 보는 것을 "아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 이 역시 과거사에서 비롯한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적잖이 작용한 탓이다.
공동교과서로 앙금 해소를
결국 경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한일 협력은 두 나라 국민이 서로 좀더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사의 앙금을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달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이 역사 문제에 지금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일공동 역사연구가 올해 제3차 사업을 시작할 모양이지만, 거듭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점만 열심히 확인하는 식이어서는 의미가 없다.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그런 내용까지 포함한 공동역사교과서 편찬으로 한 단계 작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물론 순탄친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일은 서로를 좀더 진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다소 세월이 걸리더라도 그 결과물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 볼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를 바라기에는 한일 두 나라가 당장 협력해야 할 필요성과, 협력하지 않아서 잃을 기회비용도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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