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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술과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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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기술과 장터

입력
2011.02.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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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전, IBM이 개발한 슈퍼 컴퓨터 왓슨이 미국의 인기 방송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 쟁쟁한 우승자 2명과 겨뤄 이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왓슨이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야 방대하겠지만, 과연 컴퓨터가 사람들이 쓰는 자연스럽고 은유적인 표현 언어를 이해하고 답을 찾아 사람처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가 큰 관심거리였다. 여기에 성공한 것을 보면 사람이 로봇 같은 인공지능 기계들과 대화하며 생활할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사람과 기계 사이에도 대화가 되는 시대지만, 과학 기술계의 분야 간의 원활한 대화와 소통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연구ㆍ개발ㆍ기획에서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만 맡지 않고, 다른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과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단순한 생산 과정을 통한 가치 창출 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융합에 의한 시장과 가치 창출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기획 및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연구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잘할 수는 없기에 오픈 이노베이션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첫 번째 걸림돌은 기술 융합 혹은 협력을 위한 소통 문제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지려면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고 받아들이려는 쪽과, 자신들이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 알려 이전하려는 쪽이 서로 원하는 상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상대를 찾은 후에는 원하는 내용과 수준을 구체적으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장터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고 흥정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과학기술 분야에는 전문용어가 많고, 분야별 용어나 표현 방식도 달라서 기술 내용과 수준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치 장터 사람들이 서로 다른 나라 말을 쓰는 것과 같은 경우가 생긴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포장지 그림과 설명을 보고 용도 성능 가격 등을 고려해 구매할 것을 고르고,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점원에게 물어보고 살지 말지 결정한다. 부동산의 경우 공인중개사를 통해 적절한 시세인지, 하자가 없는 물건인지 등을 확인한다. 기술 장터도 마찬가지이다. 장터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사람을 많이 불러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손님들이 그 기술에 대해 알고 구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기술의 용도와 수준, 유사 기술과 비교한 가치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손님의 몫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이나 기업인 스스로 내게 필요한 기술과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외국어 실력을 쌓듯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많은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술의 내용과 가치에 관한 쉽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만들어 내는 전문가, 필요한 기술을 찾아 주고 가치가 있는 기술을 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테면 기술 번역가, 기술 홍보카피 라이터 혹은 기술 공인중개사들이 우리의 미래 기술발전에 한 축을 맡는 핵심 인력이 될 것이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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