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형 고속철인 KTX-산천에서 잇달아 탈선 및 기계고장 사고가 일어나면서 KTX-산천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네 번째로 자체 개발한 한국형 고속철 KTX-산천.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열차 제원에 KTX-산천은 프랑스 떼제베(TGV) 설계 기술에 100% 의존했던 기존 KTX 열차를 성능이나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모두 뛰어 넘는다.
차체를 강철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바꿔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20량을 고정 편성하던 KTX에 비해 10량 또는 20량으로 가변 편성을 할 수 있어 운행 효율성이 강화됐다. 좌석 사이의 공간도 프랑스 혈통의 열차보다 더 넓고 의자 방도 조절할 수 있어 역방향으로 앉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상업운행을 시작한 KTX-산천은 이후 잦은 고장을 일으키며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운행 한달 만인 그해 4월 2일, 열차 신호 장치에 고장이 생겨 광명역에 멈춰 선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엔 충남 천안아산~오송 구간에서 신호장치화면이 사라지는 결함이 발생해 열차 운행 소프트웨어가 교체됐다. 이달 11일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탈선한 열차와 26일 김천구미역에서 기관 고장을 일으켜 지연 운행을 한 열차도 KTX-산천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KTX-산천에서 문제를 일으킨 부품들이 모터블럭(전기량을 조절해 바퀴를 움직이는 전동장치)이나, 제동장치, 배터리 등 하나 같이 열차의 핵심부품이라는 점. 그러다 보니 KTX-산천이 국산화 일정에 쫓겨 성급하게 '실전'에 투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차량 분야 전문가는 "부품 하나하나를 시험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종합적으로 돌리다 보면 오작동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KTX-산천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차량 안정화가 덜 이뤄져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기존 KTX 수준으로 고장률이 낮아지는데 몇 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국토해양부 측은 KTX-산천의 차량 결함이나 차량 시스템의 불안전성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KTX-산천의 운행 빈도가 늘어나면 고장 빈도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게 정상"이라며 "KTX-산천에서만 고장이 잦다고 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초기 운행 때보다 KTX-산천의 운행 비율이 3배나 늘어난 만큼 겉으로 드러난 고장 횟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 한 국책연구소의 관계자도 "선진국보다 기술 수준이 약간 뒤처지기는 해도, 안전 문제까지 영향을 줄 정도의 차이는 없다"며 "경험이나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컨소시엄이 뛰어든 190억 달러의 초대형 사업인 브라질 고속철 수주전이 4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것과 관련, 정부는 KTX-산천의 안전 문제가 국제적으로 불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11일 발생한 광명역 탈선 사고의 원인(정비과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밝힌 것도 수출 차질을 우려해 차량 결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려 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철도 전문가는 "우리는 가뜩이나 경쟁국 보다 고속철의 상업운행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인데, 고장률 등 안전 관련 지표가 저조하면 수주전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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