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현 (필명 찰칵보이)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1월 시 장원에 김의현(한빛고ㆍ필명 찰칵보이)군의 ‘설날풍경’이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김나현(창원여고ㆍ필명 네네)양의 ‘가정파괴범’, 생활글에서는 조혜빈(영동일고ㆍ필명 고래날다)양의 ‘착한 아이’, 비평ㆍ감상글에서는 간지숙(홍천여고ㆍ필명 꿈꾸리)양의 ‘삶의 무게를 빨랫줄 위에’가 각각 1월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문화예술위 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들의 글을 공모하고 있다.
설날풍경
김의현(필명 찰칵보이)
1. 설 전날 출산을 미루던 소가 새끼를 낳았다 걷지 못하는 송아지를 돌보느라 어미 소는 저녁을 굶었다 새해 반가운 귀성객의 신발에 뭍은 병균들이 두려워 어미 소는 내내 꺼우꺼우 울어댔다
2. 외할아버지는 키우던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오셨다 닭들은 건조한 모이와 모래를 구별하지 않고 쪼아댔다 외할머니는 닭들에게 달걀을 빼앗아 서른개는 오천원에 팔고 남은 다섯 개로는 계란후라이를 하셨다
3. 묘자리에 커다란 멧돼지 똥이 있었다 산 한가운데에 제멋대로 묘를 만든 삼촌들과 아빠는 머리를 맞대고 멧돼지를 막을 궁리를 해댔다
4. 마을을 걷다보면 지레 날 보고 짖던흰둥이 살타는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했다
▦심사평
살아있는 풍경은 그것의 아픈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데 실감이 더해진다. 모이와 모래를 한데 쪼아먹는 닭들에게 달걀을 빼았았음에도 그것이 비극이 아닌 정겨움으로 비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서로를 살펴 살고 있다고, 이 시의 눈길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유종인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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