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청년들이 3일간의 목숨을 건 혈투로 도시를 장악했다. 시위대는 군부 막사 카티바 지역에 집중해 돌을 던지고 화약을 가득 채운 깡통폭탄을 던졌다. 군부의 퍼붓는 총탄 세례 속에 절반이상의 시위대가 문자 그대로 찢겨져 나가는 고통을 감내한 결과였다.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벌어진 벵가지 전투를 통해 시위대가 친카다피 군부를 몰아내는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15일 밤 법원 앞 광장에서 시작된 첫 시위는 시간이 흐르자 수천명이 참여하면서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리비아 버전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16일까지만 해도 유혈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17일 군부의 무차별 발포로 시위대 14명이 숨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18일 수천명이 카티바 지역을 지나 숨진 시위대를 위한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하는 도중 충돌이 발생해 24명이 숨졌고, 수백명이 다쳤다. 19일에도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전날 시위에 참가했다 숨진 이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카티바 지역을 지나던 도중 기관총과 군헬기 난사에 희생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목 머리 눈까지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총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알 잘라 병원 의사 호삼 마즐리는 "매우 끔찍했던 3일이었다. 의사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군인들이 가슴, 심장부위에 집중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장례행렬에 참석했다 총에 맞은 아이만 살람은 "군인들이 나오자마자 발포를 시작해 나를 포함해 5명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알 잘라 병원에 따르면 20일 새벽 5시경 30명의 시신이 실려온 이후 총격은 잦아들었다. 그날 오후 압둘 파타 유네스 내무장관이 카티파 지역 군인들에게 동부 리비아를 떠나면 안전한 통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친카다피 잔당들은 물러났다.
이제 카티바 기지는 벵가지 시민들의 섬뜩한 관광지가 됐다. 아이들은 카티바 기지 내에 있는 탱크 위에 기어오르고 가족들은 수년간 바스티유 감옥의 느낌을 주던 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모든 빌딩들은 '새로운 리비아'라는 그래피티(낙서)로 도배됐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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