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고속철도 먼저 개발해 운영 중인 외국의 경우도 사소한 정비불량으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가 하면, 별 사고 없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있는 등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고속철 참사는 1998년 6월 발생한 독일 고속열차 이체(ICE)의 탈선 사고다. 뮌헨을 출발해 시속 200㎞로 함부르크로 향하던 이 열차는 하노버 북쪽 50㎞ 지점에서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탈선, 101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차 바퀴를 고정하는 링 하나가 파손돼 일어난 사고로, 사전 점검만 철저히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독일은 이사고 이후 전동차와 철로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1964년부터 47년째 고속철 신칸센(新幹線)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딱 한 차례 탈선사고가 일어났다. 2004년 10월 도쿄를 출발해 니가타(新潟)로 향하던 신칸센 열차가 지진으로 10량 중 8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승객 151명이 부상했지만 희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일본이 크고 작은 지진과 강풍 등 자연환경에 대비해 일찍부터 안전에 대한 준비를 해온 덕이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JR 등 민간열차 회사들은 최우선 정책 목표를 안전에 두고 안전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신칸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운행 중단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15일 JR히가시니혼(동일본)이 운영하는 도후쿠(東北), 야마가타(山形), 아키타(秋田)의 신칸센 운영이 4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나가노(長野) 등 4개 노선이 1시간15분동안 운행이 중단됐다. 원인은 각 노선의 운영을 총괄ㆍ관리하는 시스템의 용량 한계 때문으로 밝혀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차량 결함이나 유지ㆍ보수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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