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최초로 여성 법관이 영장전담 판사를 맡게 됐다. 또 업무 부담이 많은 부패전담부, 형사항소부 등 주요 재판부에 여성 법관을 배치해 서울중앙지법에도 본격적인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최근 정기인사 이후 영장전담 판사에 이숙연(사법연수원 26기) 판사가 배치됐다. 앞서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서 민유숙(18기ㆍ현 대전고법 부장판사), 윤승은(23기ㆍ현 사법연수원 교수) 부장판사가 각각 영장전담을 맡은 적이 있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여성 법관이 영장전담으로 배치된 것은 처음이다.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발부 업무를 담당하는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의 청구에 따라 즉시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격무를 감내해야 하는 자리다. 또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 내용과 수사 상황을 파악하면서 피의자의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터라 심리적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밤늦게까지 영장 심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그동안 여성 법관에게 영장전담 업무가 맡겨진 적은 없었다.
이숙연 판사는 포항공대에 수석 입학했고 이후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과 서울고법을 거쳐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재판장을 맡는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에서는 또 사법연수원을 수석 졸업한 이경민(37기) 판사가 부패전담부에 여성 법관으로는 최초로 배치됐고, 이혜미(39기) 판사가 경제사건을 전담하는 형사합의24부로 가는 등 여성 법관들이 중요 재판부에 잇따라 자리를 잡았다.
이은애(19기) 부장판사는 형사항소9부를 맡아 2005년 김선혜(14기ㆍ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사항소5부 재판장에 이어 여성 법관 두번째로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법원 관계자는 "신입 법관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감안할 때 앞으로는 여성 법관 개개인의 역량에 맞는 활동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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