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가 시장지배 사업자인 인터파크의 전횡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국ㆍ공립 공연장이 각기 예매 발권 시스템을 갖추며 수수료 요율을 오히려 높여 창작 의욕을 꺾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술더떠 티켓 시장지배 사업자의 전횡을 막기 위한 국ㆍ공립 공연장 통합 예매발권 시스템 구축에 눈치를 보는듯하다 중복투자에 가세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자체 예매발권 시스템인 SAC티켓의 문을 열었다. “인터파크 등 개별 사업자가 폐쇄적 예매 발권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빈 자리가 있는데도 표를 못 구하는 등의 부작용을 해결했다”며 “고객 정보를 확보해 만족도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술의전당이 이 시스템을 운영하며 기획제작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7.5% 내외로 5% 내외인 민간 유통사보다 오히려 높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국ㆍ공립 공연장이 민간 업자보다 수수료를 더 높게 받으면서 창작을 진흥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티켓 유통을 독과점한 회사가 예매 발권 정보를 독점하거나 수수료를 지나치게 올리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 런던 극장연맹은 통합 예매 발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공연 전문극장들도 통합 예매 발권 시스템을 구축해 좌석 예매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반면 문화부 산하 한국문예회관연합회는 2006년께 국ㆍ공립 공연장에 대한 통합 예매 발권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다 흐지부지했다. 공연계에서는 “정부에 일을 맡겨도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술의전당이 SAC티켓 구축에 쓴 예산은 5억여원이고 1년 운영비도 20억여원에 이르러 지속가능성이 부족하다. 국립극장, 명동ㆍ정동극장, 강동아트센터 등 최소 1억원 이상을 들여 예매 발권 시스템을 각각 구축한 나머지 국ㆍ공립 공연장들은 이후에도 티켓 판매의 절대다수를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는다.
문화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통합 예매 발권 시스템 계획은 우후죽순으로 나와 중복투자가 우려된다. 티켓 유통사의 독과점 확대로 판로를 더 잃어버린 서울 대학로 지역(소극장 129개)에 대해 현재 문화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서울시 산하 남산예술센터가 각기 예매 발권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소극장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서울연극협회도 공동으로 자체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통합 예매 발권 시스템의 중복투자도 문제지만 한 공연 티켓이 얼마나 나갔는지 알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집계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제작사의 낮은 회계투명성과 부실한 예매 발권 집계가 유통사가 수수료를 올리는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2003년 입장권통합전산망을 갖춰 민간 제작사의 티켓 예매 발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다.
김동언 경희대 극장경영학 교수는 “일회성이 특징인 공연은 시장 실패 속성이 높아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한국 뮤지컬의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하고 있는 등 공연예술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는 새 국면에서 예매 발권 시스템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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