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축출하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동원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과 함께 유럽연합(EU)도 리비아 사태를 논의할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데이비드 레이펀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이 있을 경우 이를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해군 전력을 이동시키고 있다"며 "공군 전투기들도 리비아 인근으로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홍해에는 미군의 수륙양용함과 항모전투 병력이 주둔중이고, 걸프만 주변에도 엔터프라이즈 등 2대의 항공모함이 배치돼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1일 미 의회 연설에서 리비아의 내전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결점은 있지만 인도적 활동과 관련한 군사적 움직임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엔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함께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검토 중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 표명에 이어 나온 것이다.
AFP통신은 이날 EU 집행위원회 소식통을 인용, "리비아 정세 및 아랍권 반정부 시위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1일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미 지난달 28일 카다피 일가에 대한 자산 동결, 무기 수출금지 등의 제재를 취한 바 있어 정상회의에서는 카다피의 조기 퇴진을 유도할 외교적 대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경제ㆍ외교적 압박 강도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ㆍ금융정보 차관 대행은 "300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아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리비아의 내전양상이 격화하면서 대부분 유전지대에 대한 통제권이 상실돼 석유생산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카다피가 리비아 내 거의 모든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석유시설의 외국인 기술자들이 모두 빠져나가 생산량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카다피 정권이 버티고 있는 수도 트리폴리 인근까지 진격한 반정부군은 트리폴리 서쪽 50㎞ 지점에서 카다피 친위병력과 6시간 이상의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반정부군의 손에 넘어간 제2 도시 벵가지 인근에서는 카다피측 공군 전투기들이 무기고와 군수품 저장소 등을 폭격했다. 제3의 도시인 미스라타에서도 공군기지를 놓고 양측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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