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가 나오면서 미술의 영역은 확 넓어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작가들은 비디오 기술을 예술과 결합해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차가운 기술로 따뜻한 감성을 표현해 내는 다채로운 비디오 아트전이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다.
모바일 상영관 H박스
24일 우주선이나 여행가방 같이 생긴 이동식 극장 H박스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 설치됐다. H박스는 패션 기업 에르메스재단의 예술 후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7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첫선을 보인 후 매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젊은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을 소개한다.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총 8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 중에 인도 미디어아트 작가 니킬초프라(37)씨의 ‘남자는 바위를 먹는다’는 작품.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한 여자가 끊임없이 춤을 추고, 벌거벗은 원시의 남자는 바위에 끊임없이 줄을 긋는 실험적인 작품다. 이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한 작가는 “원시와 문명, 소비와 탐욕의 얽히고 설킴을 표현해 낸 것”이라고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H박스에서 남화연(32)씨의 ‘당신의 유령을 해치지 마시오’도 볼 수 있다. 한국 작가론 처음 참여한 남씨는 다섯 명의 배우가 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기억 환상 경험을 재해석했다.
2층에도 비디오아트 다섯 작품이 전시된다. 가상의 스쿼시 코트에서 반복적으로 공을 치는 장면인 수메 체의 ‘오픈 스코어’, 검은색 벽을 배경으로 종이 가면을 쓴 7인의 밴드가 회전하는 사라 라모의 ‘7인의 밴드’ 등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전시는 5월 1일까지고 입장료는 2,000원. (02)733_8945
타카기 마사카츠 ‘이메네’
일본 미디어아트 작가 타카기 마사카츠(高木正勝ㆍ32)씨는 직접 창작한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영상 ‘이메네(Ymeneㆍ꿈의 근원)’를 내달 4, 5일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인다. 이어 7~20일 삼청동 aA디자인뮤지엄에서도 전시회를 열릴 예정이다. 12세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해 온 그는 대학에서 취미로 사진을 공부했다. 그는 나아가 둘을 결합한 영상 작업을 시도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만들고, 영상은 음악을 통해 완성된다”며 “소리를 입히면 영상의 힘은 전달력이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비디오 화면에 물결치는 이미지들은 부드럽고 몽환적이다. 유화적 질감도 살아있다. ‘이메네’도 그 연장선상이다. 작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모습에서 느낀 거대한 어머니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며 “이를 바탕으로 나와 타인의 꿈, 미래 현재 과거의 꿈을 자유롭게 오가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02)322_7024
‘텍스트/비디오/여성_60년대 이후 예술’
청담동 PKM갤러리에서는 폴 맥카시, 백남준, 댄 그래햄 등 세계적 비디오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권투선수가 자신의 몸을 반복해 때리는 맥카시의 영상 ‘로키’는 영웅으로 치켜세워지는 인물(로키)를 블랙유머로 조롱하고 희화한다. 거울과 카메라를 이용해 자신과 타인의 이미지를 교차시켜 ‘응시를 통한 관계의 고찰’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던지는 그래햄의 작품도 흥미롭다. 전시는 내달 23일까지. (02)515_9496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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