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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경의 초상展 여는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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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경의 초상展 여는 문성식

입력
2011.02.2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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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의식을 건드리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내 예술의 출발점이다.”

30세를 갓 넘긴 젊은 작가는 이런 연유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작품 소재는 어렸을 적 사냥의 기억, 시골에서 산 추억, 할머니의 죽음, 이웃집의 풍경 등 일상 풍경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구상화보다 추상화에 가깝다. 그가 말한 ‘의식’은 작품 속에 아스라이 녹아 든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면서 미술계 기대주로 떠올랐던 문성식(31)씨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풍경의 초상’전을 연다.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이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문씨는 긴 공백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작품을 보여 주고 싶었고, 뭔가 다른 세계를 잡아야 했다”며 “수없이 작품을 망쳤고, 고난의 시간도 길었다”며 그간 창작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2007년부터 세필화 기법으로 그린 드로잉과 회화 50여점이다. 이전 작업과 확연히 다르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 줬던 무대나 정원과 같은 한정된 공간이 아닌 산과 숲, 어둠을 그렸다. 붓질도 한층 세밀해졌다. 작가는 “이전 작업이 벽돌처럼 쌓아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 이번 작업은 진흙을 으깬 듯이 붓질한 것”이라고 했다.

작품의 모티브는 변하지 않았다. 문씨는 “불편한 풍경을 그리고자 하는 의식은 그대로다. 예를 들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다 보면 볼 수 있는 개발을 위해 뒤집어 엎은 땅이라든지 도시와 자연의 접점에 있는 서울 근교의 풍경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런 순간 오히려 현실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런 느낌을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그의 작품 ‘별과 소쩍새 그리고 내 할머니’는 낮에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작가가 밤에 검은 산속에서 들리는 소쩍새의 울음소리와 별빛의 아름다움에서 감정의 혼재를 느끼고 그린 것이다.

어둠을 표현한 작품 ‘밤의 질감’도 인상 깊다. 작가는 “낮 동안 존재했던 모든 사물이 밤이 되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매우 신비로웠다”며 “어둠은 인간이 접근하기에는 크고 숭고한 것으로 이를 물질화하기 위해 장장 4개월 동안 폭 3m의 종이를 얇은 붓으로 검게 칠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할아버지와 작가 자신을 그린 초상화와 이웃집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연필 드로잉 작품 수십여 점도 흥미롭다. 문씨는 “내가 그리는 드로잉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측은함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02)735_8449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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