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내전 최대 고비]금요예배 끝나고 시위대 집결 충돌 격화카다피 차남 "죽을때까지 정권 안 놓을것"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서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5일(현지시간) 오전까지 적막감이 돌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는 오후 들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 충성하는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일주일의 가장 큰 행사인 금요 예배가 끝나면서 트리폴리 곳곳으로 나온 시위대를 카다피 보안군이 공격하면서 사상자가 거리에 나뒹굴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트리폴리 라슬로움, 아슈르, 줌호리아, 수그 알 조마 거리 등지에서 보안군의 사격이 이뤄졌다. 정확한 사상자 수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거리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트리폴리 주민은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있다"며 "트리폴리는 지금 대혼란이다"고 전했다.
앞서 리비아 동부지역을 장악한 시위대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금요일을 해방의 날로 만들자"고 독려하면서 트리폴리 시위를 예고했고, 카다피는 이 곳에 대한 사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긴장은 고조됐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이날 터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A, B, C 3가지 계획이 있으며 모두 리비아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라며 끝까지 정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 트리폴리 거리는 중무장한 민병대와 용병 등 비정규군 수천명이 깔렸고, 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도 배치됐다. 차로에는 탱크와 장갑차가 버텼다. 다양한 군복을 입은 이들은 반정부 세력을 가려내기 위해 주민들을 일일이 검문했으며 시민들이 예배를 마치고 시위에 참여할 것을 우려해 사원 주위에도 병력이 진을 쳤다. 트리폴리 상공에는 공군기도 오갔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카다피 정부는 이날 오전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관영TV는 오후 2시에 "혼란을 요구하는 자들은 '심판의 날'에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시위에서 물러나 있어라"고 촉구했다.
반정부 시위세력에 맞서 무아마르 카다피 지지세력도 트리폴리에 집결했고,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동부와 서부 일부를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도 트리폴리로 속속 모여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간 충돌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24일 100여명이 사망한 자위야에서는 보안군이 시위대에 넘어간 도시를 탈환하기 위한 공격이 이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는 벵가지, 토브룩 등의 지역에서는 리비아 왕정체제 시절 국기가 반 카다피의 상징으로 부상하면서 포스트 카다피가 왕정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국기는 1951년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하면서 채택됐으나 1969년 카다피의 쿠데타로 폐지됐다. 카다피에 의해 축출된 이드리스 1세는 이집트 망명후 1983년 사망했으며 영국에 있는 왕자 무하마드알 세누시는 "학살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위대가 왕정체제 복귀를 희망한다기 보다 "법과 질서가 존재했던 당시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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