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親카다피 병력, 트리폴리서 시위대에 무차별 난사… 사망자 속출한국교민 26일까지 절반 탈출
42년 철권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반정부 시위대간 ‘트리폴리 대격돌’이 시작된 25일 오후 카다피에 충성하는 군인들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친위병력 수천명을 포함한 카다피 군은 탱크와 전투기 등으로 무장한 채 트리폴리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AP, AF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충돌은 이슬람 국가에서 한 주의 가장 큰 집회인 금요 예배가 끝난 직후 전국의 시위대가 기획한 ‘백만인 행진’이 시작되면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5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트리폴리 곳곳에서 유혈진압이 이뤄지고 있어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AFP통신은 트리폴리 동부에서 거주하는 현지인의 말을 인용,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난사했다”며 “수크 알 조마 거리에는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정부는 공격에 앞서 이날 오전 민심 달래기용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리비아 정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각 가구에 500디나르(약45만원)씩을 지급하고 공무원 임금의 150%인상을 약속하는 민생 지원책을 발표했다. 반면 유혈진압과 폭정에 항거하면서 사퇴한 장관 및 외교관 등을 중심으로 카다피 이후 나라를 이끌 정치 기구를 결성하자는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본격적 내전 양상이 전개됨에 따라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려는 각국 정부의 총력전은 계속됐다. 한국 정부도 25,26일 전세기와 육로 등을 통해 리비아를 떠나기를 원하는 교민 660여명을 출국시키고 청해부대 최영함을 현지에 급파, 추가 귀국희망자를 실어 나를 예정이다.
반정부 세력은 라스 라누프 등의 유전과 정유시설을 장악하고 시설을 보호 중이라고 전했으나 이미 트리폴리항과 벵가지항의 활동이 중단되고 원유 터미널들이 폐쇄되는 등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석유회사들은 잇따라 석유생산을 중단했다. 원유 수급과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이날 “국민의 소유인 리비아의 원유시설을 결코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국제사회를 안심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카다피에 대한 안팎의 압박은 보다 강경해지고 있다. 주제네바 유엔대표부의 리비아 외교관들 전원과 인도 뉴델리 주재 리비아 대사관 직원 전원이 이날 사퇴하면서 카다피 정권에서 이탈했다. 프랑스 주재 리비아 대사와 유네스코 대사도 사임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자국 내 카다피 측 자산을 잇따라 동결조치 하겠다고 밝혔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 등은 리비아에 대한 제재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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