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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박재갑 "담배는 국민 죽이는 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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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박재갑 "담배는 국민 죽이는 독극물"

입력
2011.02.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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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TV를 담배가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에선 폼을 잔뜩 잡은 남성 연기자들의 흡연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했고, 담배연기 자욱한 영화를 공중파 방송에서 틀어대는 것도 낯설지 않았다. 신문도 예외가 아니어서 흡연 사진이 실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게 어느 샌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공중파 방송 3사에서 흡연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게 2004년이다. 거기에는 박재갑(63)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으로 있을 때 "담배는 독극물"이라며 줄기차게 벌였던 금연운동이 한 몫 했다.

12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담배 소송'의 항소심 선고 공판(15일)에서 담배 제조업체 KT&G가 불법행위가 없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온 지 며칠 지난 21일 박 원장을 찾아갔다.

영원한 금연전도사인 박 원장은 연구실에서 KT&G가 사실상 승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금연전도사 입장에선 화가 날 법도 했으나 "진전된 판결"이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항소심 재판부가 하루에 한갑씩 20년간 담배를 피운 걸로 확인된 원고 4명에 대해선 흡연과 폐암과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함으로써 이들이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이유에서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법원이 '확실히' 인정한 부분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원장은 담배 제조,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를 향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담배 때문에 매년 5만 여명의 국민이 사망한다는 사실에 대통령이 죄송하다며 사죄해야 한다"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

_담배소송에서 원고측(폐암환자 등)이 졌다.

"졌지만 1심에 비해 진전된 측면이 있다. 1심은 집단적인 측면에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긴 했으나, 개개인이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린 걸 인정하지 않아 너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걸 인정했다. 담배 소비자 입장에선 앞으로 개별적인 소송에서 승소할 여지가 생겼다. 금연 확산에 중요한 포인트다."

_재판부 결정에 수긍한다는 얘긴가.

"그건 아니다. 1심 보다는 한발 나아간 판결이라는 뜻이다. 특정 개인의 폐암 원인이 담배라는걸 사법부가 인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입법부인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내가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담배제조금지 입법청원을 했었다. 그때 국회 반응은 싸늘했다. 심지어 국회 전문위원은 '담배가 폐암과 진짜 관계있는지 국회에 먼저 입증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더라. 이건 담배회사가 하는 얘기와 똑같다. 입법부에 담배회사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번에 고법에서 개인적으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국회도 앞으론 헛소리 안 할거다."

_피고인 KT&G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폐암의 원인이 담배가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한다.

"끝까지 그런 소리할거다. 한마디로 버티는 것이다. 그 회사는 이익집단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바람 피워놓고도 현장을 안 걸렸다고 바람 안 피웠다고 말하는 것과 똑 같다. 말이 안 된다. 난센스다."

_KT&G가 여러 공익사업도 하지 않나.

"그것도 비겁하다. 국가가 일종의 살인범한테 공익사업을 맡긴 꼴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단체들이 이 회사 돈을 받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단체들이 수두룩하다. 이래선 흡연이 줄지 않는다. KT&G는 심지어 스포츠단도 운영한다. 원래 프로스포츠단 후원은 못하도록 돼 있는데도 그렇다. 체육관에 가 봐라. 어린 학생들이 KT&G 고함지르면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_KT&G가 얄밉겠다. 업체에 할말이 많을 것 같다.

"담배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이 듣기엔 나쁜 생각인지 몰라도, 업체는 업체일 뿐이다. 정부가 인가를 해준 게 1차적인 문제다. 업체는 자기네 회사를 위해, 특히 주주들을 위해 배당을 잘하려고 담배 판매에 열을 올리는 건 당연하지 않나. 담배 제조업체에 대해선 범법행위 여부만 따질 수 있다. 본질은 정부가 합법적인 '독극물 장사'를 시켰다는 점이다. 책임자는 정부라고 본다. KT&G는 법률에 따라 독극물 마약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담배를 팔아 수익 올리고, 주주에게 배당금 나눠주고, 뭐 이런 영리활동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게 바로 KT&G다."

_정부나 국가의 책임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국가가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할 때가 됐다. 담배는 독극물 마약이 분명하다. 과거 사형실에서나 사용하던 청산가스와 비소 등 발암물질이 무려 62종이 들어있고, 4,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 어떤 식품에 그 중 한가지만 들어있어도 난리가 나는 나라에서 어떻게 62종의 발암물질이 들어간 담배를 버젓이 만들어 팔도록 허용하나. 이건 담배회사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국가 책임, 엄격히 말해 국가 최고통치권자인 이명박 尹酉??나서야 할 문제다."

_대통령이 뭘 하라는 얘긴가.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담배는 독극물 마약인데 팔게 해서 정말 죄송하게 됐다. 담배 팔아 세금 걷는 데만 신경 써 죄송하다. 담배를 인삼 마냥 좋은 것인 양 헷갈리게 한 점 사과드린다.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고 담배관리법을 만들겠다'라고. 정말 대통령은 국가가 담배사업을 허가한 것에 대해 큰 절로 사과해야 한다. 국민 한 사람이 죽어도 큰 일 나는 세상인데, 연 5만 여명의 국민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담배제조 및 판매를 허가해놓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런 엉터리 사회가 어디 있느냐."

_담배사업법 폐지하면 세수가 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재정운용에 부담을 줄 것 같다.

"정부가 담배세로 연 7조5,000억 원 정도 거두는 것은 정말 나쁜 범법행위다. 건강보험 재정이 총 35조원 정도 된다. 이 돈은 아픈 사람들 위해 쓰라는 돈이다. 연 15만 명 이상이 담배 때문에 투병 생활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5만 명이 매년 죽는다. 투병 생활에 10조 원 이상 쓸 것이다. 정부가 이런 사정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7조5,000억 원의 세수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_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도 담배사업법을 없애라는 말인가.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작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청와대 새해 업무보고 때 토론주제가 2개였다. 탈빈곤과 건보재정 건전화였다. 내가 마지막에 손을 들고 긴급발언을 했다. 건보재정 얘기다. 이건 아픈 사람한테 쓰라고 만들어 놓은 거라고. 건보재정 건전화는 국민이 질병에 많이 안 걸리게 하는데 써야 한다. 정부가 담배를 팔도록 해 국민들이 질병에 걸리게 해놓고 어떻게 건보재정 건전화를 운운할 수 있나. 국민이 가장 많이 병에 걸리게 하는 주범이 담배다. 건보재정 건전화를 원한다면 정부가 빨리 담배를 없애야 한다. 암 사망의 30%가 담배 때문이다. 뇌혈관 질환의 15%, 우울증은 4배로 늘리고, 우울증 환자의 15%를 자살로 이르게 하는 게 흡연이다. 담배를 피면 당뇨병은 7.5% 는다. 건보재정 건전화 해법은 간단하다."

_담배사업법만 폐지하면 담배 문제는 해결되나.

"대체법안으로 담배관리법을 만들면 된다. 국가가 법률을 통해 담배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그만두되, 대신에 담배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의 법안이다. 담배 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담배는 건강차원에서 관리하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복지부 장관을 최고 관리책임자로 두면 된다."

_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는 절대적인가.

"십중팔구라고 보면 된다. 십중팔구라면 원인과 결과가 거의 100% 관계라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연 500만 명이 담배 때문에 죽는다. 우리나라를 보자. 인구 수는 세계 인구의 0.7% 정도다. 반면에 흡연 인구와 암환자 인구는 세계인구의 1% 정도다. 담배 때문에 매일 140여명 꼴로 죽는다. 한국전쟁 때 국군의 하루 사망자 122명보다도 많다.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도 6,000만 여명의 인구 중 6만 여명이 흡연으로 매년 죽는다."

_흡연 때문에 연 5만 명이 죽는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전체 암 사망자의 30%, 폐암 사망자의 85%가 흡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 논문에서도 밝혀진 내용이다.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_설명이 더 필요하다.

"흡연자들의 '담배=기호식품' 주장은 완전 허구다. (폐암에 걸린 60대 환자의 몸 내부를 속속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담배는 폐를 썩게 한다. 혈관이 막혀 손과 발이 썩는 경우도 있다. 심장마비를 부른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으로 이어져 심각한 부부 갈등을 낳는다. 여성도 나팔관이 막혀 임신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많이 피운 여성들이 정신박약아를 낳을 확률이 비흡연 여성에 비해 월등히 높다."

_흡연권도 보장돼야 하지 않나.

"담배는 마약이다. 그런데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다 보니 흡연권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_담배 피는 사람도 잘못된 법령의 희생자란 소리로 들린다.

"그런 셈이다. 정부가 흡연자를 보호해야 할 때가 됐다. 담배 때문에 건강을 헤친 사람들은 흡연의 폐해가 오랫동안 축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잘못된 제도가 국민으로 하여금 담배를 쉽게 사게 만들었고,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바람에 폐암을 유발하는 식으로 건강을 망치게 한 것이다. 흡연자들의 잘못으로 넘겨선 안 되는 것이다. 정부는 흡연자들이 노력해 금연할 수 있게 하는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_정부로선 어떤 흡연 대책이 필요한가.

"일단 국가가 재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흡연자가 담배 끊기를 시도하고 있다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담배 농사를 짓는 농가가 전농(轉農)을 원한다면 물론 돈을 지원하라. 담배 판매를 포기하는 가게도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론 담배회사를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 담배회사 주식을 국가가 매입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하는 게 국가다."

_너무 앞서 가는 발상 아닌가. 선진국도 하지 못했다.

"담배가 독극물이고 마약이라는 결론을 정부가 내린다면 못할 것도 없다. 매일 100명 이상의 국민이 담배에 납치돼, 담배라는 총알을 맞고 죽는다. 이런 상황은 그대로 놔둬선 안 되는 것 아니냐. 금연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_담뱃값을 올려서 조절하는 방안은 없을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올리는 돈은 흡연자들을 위해 모두 쓰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 그 얘기를 하지 않고 담뱃값 인상만 거론하면 나쁘다. 정부 재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재원마련 의도가 숨어있다. 흡연을 방지하기 위한 일에 담뱃값 인상분을 전액 사용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예컨대 흡연자 치료나 흡연 활동, 담배 농가의 전농, 담배판매권을 반납하는 소매상 지원 등이다. 담배를 없애는 쪽으로 돈을 쓰라는 말이다. 이런 게 이뤄진 다음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너무 올려선 곤란하다. 소위 밀수 담배가 성행할 수 있다. 담배에 블랙마켓(암거래 시장)이 형성될 우려가 높다. 외국의 선례를 봐가면서 올려야 한다. 몇 천 원 단위로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_보조적 수단은 없을까.

"흡연자 마일리지제 같은 걸 도입하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이다. 담뱃값을 올리는 것과 별개로 흡연자들에게는 자신이 사는 담배 한 갑당 어느 정도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것이다. 이들이 건강이 악화되거나 하면 이 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건 흡연자들을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다. 건보재정 건전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걸 위해 '담배 카드'를 만들면 어떨까 한다. 신용카드가 아니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것이다. 이 카드를 사용하는 흡연자들이 아플 때 치료비조로 쓸 수 있도록 일종의 건보 자기부담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담뱃값을 올린다면 올리는 만큼 흡연자들을 위해 쓰여지도록 해야 흡연률이 떨어진다."

_대장암 전문의가 금연 아이콘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0년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가면서 금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금연운동에 올인한 지 사실 11년밖에 안 된다. 당시 암 사령관 됐구나 생각했다. 국가 암 관리 사령관으로서 할 일을 고민했다. 국민이 암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금연이었다. 암 발생의 20%가 담배 때문이다. 담배를 잡지 않고선 암 정복은 요원하다고 믿었다."

_흡연 경험은 있나.

"고교 시절 호기심에 한 두 번 피워본 게 전부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가족 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사위 셋이 모두 담배를 피웠었는데 내가 끊게 만들었다. 물론 한참 걸렸지만. '자네들이 일찍 죽어 내 딸 과부되는 것 원치 않는다'고 말했더니 모두 끊더라. 늦둥이 아들도 담배라면 기겁을 한다."

● 약력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73년 서울대 의대 졸

-78년 외과 전문의

-81년~ 서울대 의대 교수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암연구센터 소장,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등 역임. 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국립중앙의료원장.

외과 전문의로 대장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6,000여건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했다. 지금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에서 한달 20여 건을 수술한다. 요즘엔 금연운동 외에도 군 의료기관의 선진화를 위해 국방의학원(국방의대) 설립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총상을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 같은 외상전문의를 국방의대에서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우리나라 흡연율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이 줄긴 했지만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0년 67.6%였으나 10년 만인 지난해 말 43%(20~59세 성인남성 기준)선까지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8.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19세 이하 청소년 흡연율도 20%가 넘는다. 중고생 5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우는 형국이다. 좋지 않은 징후는 남성 흡연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담배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박재갑 원장이 주도하는 '맑은 공기 건강 연대' 등 금연단체들은 "정착돼 가던 금연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연단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금연 관련법을 하루속히 제정하고, 담뱃값을 크게 올리고, 공공장소와 모든 직장의 실내 금연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다.

■ 외국의 담배소송

우리는 담배소송이 드물지만 외국은 가히 천국이라 할 만하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우리와 달리 개인소송이 주류이며, 흡연피해자가 승소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1950년대부터 담배소송이 시작된 미국은 80년대까진 담배회사가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흡연의 위험성이 이미 알려진데다 담배갑에 경고문구가 부착됐기 때문에 담배 제조사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엔 상황이 급변했다. 담배 회사들이 흡연의 강력한 중독성을 알고도 감춘 사실이 공개되면서 판결은 흡연 피해자에 유리한 쪽으로 돌아섰다. 2006년 리차드 뷔켄이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회사측에 5,5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호주 등도 담배 소송에서 흡연 피해자의 승소가 월등히 많다.

반면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담배 회사가 이긴 경우가 많다. 흡연은 국가가 권유한 것이 아닌 개인의 자유 의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재판소 제1소법정은 2006년 폐암 환자 등 6명이 국가와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6,000만엔(한화 7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과 담배광고 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선진국이라도 나라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이 확연히 다르다.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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