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역대정권에서 이어져온 비리와 부정의 매듭을 끊어야 한다"면서 "이것만 해도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나라를 생각하기보다 개인 장래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려면 이 자리(청와대)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날 행정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330여명이 참석한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지난 3년을 보내고 남은 임기 2년을 준비하는 심정을 이같이 요약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임기말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측근 비리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말보다 몸가짐이 중요하다"며 "직원 한 명의 비리가 청와대와 정권의 비리로 평가되므로 이런 스캔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개인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는 주문은 정치권 진입 등 진로 모색을 위해 어수선한 청와대 직원들뿐 아니라 현정부 핵심 인사들을 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 때 맸던 옥색 넥타이를 다시 맸다. 그는 "3년 전 오늘 국민들 앞에서 맸던 넥타이를 다시 맨 이유는 매우 겸허하고 단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험로를 예상한 듯 "살다 보면 태풍도, 돌길도 만나는데 확고한 신념을 갖고 미리 대비하면 태산 같은 시련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2년간 뭘 할지를 생각하기 위해 오늘과 내일 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오늘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특강에 나선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취임 3주년인 오늘을 24시간으로 보면 오후 4시50분이고, 1년 농사로 보면 8월12일이고, 인생 80년으로 보면 52세이고, 100미터 달리기로 보면 한창 스퍼트하는 60미터 지점이므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여러분은 악마 같은 수단인 권력을 통해 천사 같은 대의를 만드는 소명적 정치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이 정부는 실용적 보수주의와 사회민주화로 우리나라와 선진국간 격차를 줄이고, '플러스 알파'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김영삼정부는 금융실명제, 김대중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노무현 정부는 탈권위주의로 상징되듯 이명박정부 하면 생각나는 그 무엇이 바로 플러스 알파"라고 덧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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