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반정부시위대와 카다피 지지자들간 최후의 결전이 임박한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운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망설 암살설 자살 가능성 등 카다피를 둘러싼 갖가지 루머가 쏟아져나오면서 카다피의 미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친 루머는 카다피의 사망설이었다. 분노의 연설을 했던 지난 22일 연설도중 카다피 측근이 카다피를 저격했지만 다른 사람이 맞는 바람에 암살을 모면했다는 아랍권 위성방송 보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이들이 늘면서 암살 가능성은 여전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이슬람 성직자인 유수프 알카라다위도 지난 21일 리비아 군부가 카다피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다피의 자살 가능성도 대두됐다. 무스타바 압델 잘릴 리비아 전 법무장관은 스웨덴 신문 엑스페레센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결국 지하 벙커에서 자살한 히틀러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릴은 카다피 밑에서 핵심부처 장관을 지낸 최측근으로 자존심 강한 카다피의 독특한 성격을 잘 알고 있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한편 AP통신은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리비아와 카다피의 운명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제시했다. 우선 카다피가 끝까지 싸워 부족들이 분열하면서 리비아가 통치불능상태로 전락하는 경우다. 동부지역이 자치지역으로 분리 독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등장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실제 벵가지 지역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탈리아 식민지배에 마지막까지 저항했었다. 카다피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처럼 전범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사회가 추가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카다피에게 망명기회를 제공한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 카다피 망명을 받아줄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게 변수다.
카다피가 축출된다 하더라도 리비아는 '권력 진공 상태'에 놓여 소말리아나 수단처럼 장기 내전의 나락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다피가 2인자를 허락하지 않은 철저히 개인화된 체제를 구축한데다 야당이나 노조, 시민단체조차 없기 때문이다. 25일 압둘 파타 유네스 전 내무장관을 비롯해 카다피 곁을 떠난 외교관과 군 장교들이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주요 부족들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부족들이 자치권을 휘둘러 무정부상태에 빠지거나 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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