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을 물으면 불고기를 꼽는 답변이 많다. 달짝지근한 양념에 육질 좋은 한우가 만들어낸 맛 궁합은 한국을 대표하는 맛이면서 세계인들이 맛보고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한우를 대중적으로 식당에서 구워먹기 시작한 것이 채 40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린 시절 한우는 농가의 가장 귀한 재산이면서 경사가 있는 날에는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국거리 재료로 사용했을 만큼 귀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우 하면 비싼 가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하누촌과 같은 전국의 한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대중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한우 사육두수는 약 300만마리로 국내 적정 수요인 250만마리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구제역 여파 때문에 안타깝게도 10% 정도의 한우가 매몰 처리됐지만, 지금은 구제역과 같은 천재(天災)와 가격 하락을 걱정하기보다 우리 토종 한우의 세계화를 통해 그 우수성을 알리고 보다 넓은 판로를 개척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일본에는 대표 음식을 내건 마을이 유난히 많다. 얼마 전에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의 장어마을을 다녀왔다. 소문난 장어 요리 외에도 이 곳에는 꼭 들러야 할 명소가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과자 공장인 '춘화당'이다. 50년 전통의 장어 파이를 만드는 곳으로 한 해에 찾는 관광객만 50만명, 매출은 우리 돈으로 약 1,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음식을 앞세운 일본의 저력은 단순히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아쉽게도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한우 관련 가공식품은 육포나 각종 뼈를 우려낸 곰탕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국적 규모로 대량 생산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값이 싼 수입산과 비교해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쇠고기 맛을 결정하는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인산'이 수입산에 비해 1.5배까지 많다는 조사 결과처럼 한우는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우수한 음식 문화와 좋은 식재료가 만난 가공식품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음식 고유의 맛은 살리면서 보관 기간은 늘릴 수 있는 발달된 포장기술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줄 제품 개발이 병행된다면 세계에 한우를 알리는 것은 물론 한우 농가 수입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최계경 다하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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