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달 초 신한금융지주의 회장 인선 과정에서 빚어지는 잡음을 두고 경고한 발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카리스마는 서슬 퍼런 칼날 같았다.
하지만 지난주 세 번에 걸쳐 부실 저축은행 7곳에 영업정지를 내린 후, 김 위원장의 ‘대책반장으로서의 위엄’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국민들은 “양치기 소년”이라며 비난하고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지난 17일 김 위원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과도한 예금인출이 없는 이상 상반기 내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약속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저축은행 목록까지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갔다. 부산 계열 나머지 3곳과 BIS 비율 5% 미만 리스트에 오른 저축은행에서 뱅크런(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한 것. 결국 부산 계열 3곳은 물론이고 리스트에 오른 저축은행 중 도민, 보해 등 2곳이 문을 닫았다.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에 예금자들은 “상반기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더니 웬일이냐”며 “정부를 못 믿겠다”고 소리쳤다. 일부 부산 지역 예금자들은 김 위원장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뱅크런 확산을 막고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긴급 출동한 김 위원장은 오히려 예금자들의 ‘경제인식’을 운운하다 구설에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김 위원장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금융당국의 계속된 정책판단 잘못으로 저축은행 문제가 이처럼 커졌는데, 그나마 김 위원장은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는 게 근거다.
하지만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고 칼을 가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로 보인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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