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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이황 송시열 정약용이 의사? 조선 유의,백성을 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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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이황 송시열 정약용이 의사? 조선 유의,백성을 돌보다

입력
2011.02.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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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김남일 지음/들녘ㆍ292쪽ㆍ1만5,000원

역사에 파묻힌 의사(醫師)들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책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아우르며 당대 유명했던 의사들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의사라는 이력보다 정치가나 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이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주자학의 대가 퇴계 이황(1501~70)과 송시열(1607~89), 그리고 실학자 정약용(1762~1836) 등의 의학자로서의 면모가 책을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예컨대 어렸을 때부터 잔병 치레가 잦았던 이황이 직접 의학을 공부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지인에게 직접 처방전을 써준 것. 재상 출신인 송시열이 당대 치료법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의서 <삼방촬요(三方撮要)> 를 집필한 사실, 정약용이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서양 의학을 습득하고 의학서를 쓴 일화 등이다.

책은 이들을 유의(儒醫)라 부른다.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의학의 이치를 연구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책은 우선 이들의 탄생 배경부터 되짚는다. 삼국시대부터 이미 의사들이 존재했고, 고려시대에는 과거 제도를 통과한 이들이 의사로 활동했다. 조선시대에는 민간에서뿐 아니라 유학자 중에서도 의사들이 대거 배출됐다. 이는 한국의 의학이 시초부터 지식인 계층인 유자(儒者) 중심으로 연구됐기 때문이다. 신분사회에서 백성을 편안하게 돌봐야 한다는 지식인의 사명감에 기반해 자연스럽게 의학을 연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예나 지금이나 병을 치료해 목숨을 구하는 일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만큼이나 중시됐다.

책은 다양한 유의를 소개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해부학을 꺼렸던 한의학에서 전유형(1566~1624)은 임진왜란 때 길에 널려 있는 시체를 여러 차례 해부해 사람 치료에 활용했다. 조선 후기 유행했던 천연두 퇴치를 위해 박제가(1750~?)는 두가(천연두 딱지)를 잘게 가루 내 물과 함께 환을 만들어 코로 들이마시는 인두법을 최초로 실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책은 태양인 등 사상체질 의학을 확립한 이제마(1837~1900)와 원나라에 파견돼 세조 쿠빌라이를 고쳐 준 설경성(1237~1313) 등 다양한 인물들과 한의학의 역사적 의미를 함께 버무린다.

한의사 출신으로 한국 의학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유의의 활약상을 토대로 글로벌 시대 한의학의 역할과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한다. 저자는 "한의학에 숨어 있는 학술 사상, 관련 인물, 설화, 치료법 등은 한국의 정신문화의 바탕이 되는 무형의 문화 콘텐츠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우리의 정신적 보물을 세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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