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기준 추산 "의료서비스 양극화 우려"
의료보험에 있어서 공보험(건강보험)과 사보험(민간의료보험)은 한 쪽이 확대되면 다른 한 쪽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최근 복지의 중추인 건강보험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불거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민영의보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직 정부 차원의 정확한 민영의보 규모 파악이 안되고 있는 가운데 민영의보가 이미 건강보험을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왔다.
24일 김종명 포천의료원 가정의학과장이 생보ㆍ손보업계의 질병ㆍ상해ㆍ어린이보험의 보험료 총액을 보험개발원에서 입수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민영의보 규모(보험료 기준)는 28조원으로 건강보험 보험료(24조원)보다 많았다.(표 참조)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매년 설문조사하는 '한국의료패널(2008)'자료를 토대로 가구당 13만원에 이르는 민간보험료 지출금을 환산한 결과, 민영의보 총액은 위와 비슷한 27조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김 과장은 "2008년 국민들이 낸 보험료가 15조5,000억원(국고와 기업주 부담 제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미 국민들은 건보료보다 많은 액수를 민영보험에 쏟아 붓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민영의보 규모에 대한 정부의 공식자료는 보건복지부가 연세대 정형선 교수에게 용역 의뢰해 매년 발표하는 국민의료비(국민이 보건의료에 지출하는 총 규모) 통계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2008년 국민의료비를 보면 민영의보는 2조9,000억원으로 돼 있다. 이 수치는 민영의보 규모로 자주 인용되지만, 실상은 보험사가 당해 연도에 병원 등에 지급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금 총액일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액형 보험금을 받아 의료비를 낸 경우는 가계의 의료비 지출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봐서 따로 집계가 안 된다"며 "국민의료비의 민영보험 항목은 전체 민영의보 규모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영의보의 성장속도는 건보보다 최소 4배 가량 빠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9년 손해보험사의 민영의보 규모는 총 15조4,000억원으로 추산돼 전년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생명보험 증가액까지 추가로 나오면 산술적으로 최소 6조원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된다. 건보 보험료가 같은 기간에 약 1조5,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빠른 성장세다. 건보 보장률(전체 진료비 중 건보에서 지급하는 비율)이 62%로 떨어진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이 민영의보 가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민영의보 확대가 서민과 부유층 간의 의료 서비스 양극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는 의료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업계는 민영의보 활성화가 경쟁을 유발해 의료서비스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건보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베일에 가려 있는 민영의보의 정확한 시장규모와 민영의보에 대한 의료소비자 수요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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