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글로벌 경제의 충격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유가가 지금의 두 배가 넘는 배럴당 2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국내 소비자들도 잔뜩 움츠러들고 있어, 일각에선 벌써부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우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글로벌 증시
중동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 올릴 거라는 기대감이 무르익었던 상황. 하지만 튀지지, 이집트에 이어서 리비아로 사태가 번지고 인근 국가로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연일 내리막길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3일(현지시간) 107.01포인트(0.88%) 떨어진 12,105.78에 마감했다. 이틀 동안 하락폭이 300포인트에 육박한다. 유럽에서도 영국(-1.22%) 프랑스(-0.92%) 독일(-1.69%) 등이 일제히 추락했다.
우리 증시도 나흘 째 하락세.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75포인트 떨어진 1,949.88, 코스닥지수도 6.05포인트 내려서 501.11에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소폭 상승(0.56%)한 것을 제외하고 일본(-1.19%) 홍콩(-0.8%) 인도(-1.52%) 호주(-0.70%)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모두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날(27%)에 이어 이날도 6.4% 급등하며 작년 11월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200달러도 넘는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산 두바이유에 이어, 중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마저도 장중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10달러를 넘어섰고,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0.61달러 올라서 104.33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노무라증권은 유가가 지금의 두 배를 훨씬 넘는 배럴당 2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3차 오일쇼크 그 이상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노무라증권의 마이클 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최근 중동의 정정 불안이 1990년 걸프전 당시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마이클 레비 선임연구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 세계는 유가 변동성 격화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지역의 석유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경우 발생할 진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소비자 위축 심화
가뜩이나 고물가, 전세난, 구제역 등으로 허덕여 온 서민들은 중동 악재까지 덮치면서 잔뜩 위축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이날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1년 2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를 기록, 2009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직은 기준선(100)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절대적 체감경기가 결빙된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악화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재생활형편(90 →89) 생활형편전망(98 →96) 가계수입전망(103 →100) 등이 전달보다 모두 추락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경우 생활형편전망이 전달 89에서 82로, 가계수입전망 역시 92에서 87로 크게 내려 앉았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난 심화에 구제역,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경기기대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만약 오일쇼크가 현실화된다면, 체감경기는 급속냉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좀 더 심해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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