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게 될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인상을 주는 게 좋을까. 학생 티도 벗어야 할 텐데. 좀 튀어 볼까. 그냥 무난하게 갈까. 돋보이고는 싶은데. 그 어렵다는 신입사원이 됐어도 고민이다. 첫 출근 전날까지 이랬다 저랬다 하다 결국 ‘안전한’ 길을 택했다. 단정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사무실 문을 들어선 순간, 시간을 되돌려놓고 싶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다들 흰 와이셔츠에 블랙계열 정장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랬던 기억 있을 게다. 돋보이고 싶었지만 괜히 옷 한번 잘못 입었다 원치 않는 인상을 남기는 게 신입사원으로선 부담스러웠을 테니까.
굳이 튀는 패션 아니어도 된다. 몇 가지 센스로도 첫인상 확실히 남기는 신입사원이 될 수 있다. 패션 전문가들이 사회 초년생에게 센스 있는 첫인상 연출법을 제안했다.
길지 않은 바지에 허리 잡힌 재킷
커리어를 시작하는 30대 남성에게 필요한 기본 정장은 짙은 네이비색 수트다. 진한 네이비색은 단정한 인상을 풍기기에 제격. 매치하는 넥타이에 따라 다양한 느낌도 연출할 수 있다. 네이비색 수트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면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를, 와인톤 넥타이는 강렬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네이비색 수트에 흰 셔츠만으로는 자칫 따분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장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수트 속 이너웨어. 옅은 파란색이나 자주색 셔츠를 받치면 댄디하고 스마트해 보인다. 아래위 같은 색상의 수트는 세련된 인상을 주고, 회색 재킷에 검은색이나 네이비색 바지를 매치하면 감각 있어 보여 호감을 준다.
남성 정장은 길이나 맞춤 정도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소매가 손등을 덮고 바지가 발목에 겹쳐 주름이 잡히면 허술한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밑위가 길지 않고 구두까지 일자로 딱 맞아 떨어지는 길이의 바지에 허리 라인이 살짝 잡힌 재킷이 좋다. 단 몸에 너무 달라붙으면 보는 이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밝고 무늬가 많은 넥타이보단 붉은색과 파란색 계열의 선명한 단색이나 줄무늬 넥타이가 더 신뢰를 준다.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정장에 캐주얼한 신발을 신어 색다른 분위기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밑단을 두껍게 말아 올린 바지에는 앞코가 동글동글한 신발이, 밑단을 얇게 접은 바지는 스니커즈나 납작한 스타일의 로퍼가 잘 어울린다. 진중하고 냉철한 첫인상을 주려면 클래식한 분위기의 더블 브레스트(단추가 세로로 두 개인) 재킷을 입고 넥타이 매듭을 볼륨감 있게 강조하면 된다. 양복 윗주머니를 화려한 체크무늬의 포켓스퀘어로 장식한 남다른 스타일은 적극적이면서도 점잖은 느낌을 준다.
열에 아홉은 들고 있을 검은색 가죽 브리프케이스 대신 색다른 디자인을 선택하면 어색한 첫 만남에서 눈에 띄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각진 브리프케이스는 적극적이면서도 깔끔해 보인다. 이수정 제일모직 일모스트릿닷컴 과장은 “요즘은 이동할 땐 백팩으로 쓰다 격식 있는 장소에선 토트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백팩도 인기”라고 말했다.
옷보다 자신이 돋보여야
여성 신입사원이 가장 피해야 할 스타일은 프린트나 패턴이 많은 화려한 의상이다. 특히 주름이나 리본 같은 장식이 큰 상의도 되도록 입지 않길 권한다. 본인이 받아야 할 시선을 자칫 옷이나 소품에게 빼앗길 수 있어서다.
여성 투피스 정장은 깔끔하고 준비된 첫인상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 색상 선택이 중요하다. 아래위를 한 색으로 통일하는 딱딱한 느낌보다는 자신 있게 화사한 색상을 매치하는 게 오히려 세련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여성복브랜드 프론트로우의 이현정 마케팅팀 과장은 “상하의를 다른 색깔로 자유롭게 매치하면 더 활기 있어 보인다”며 “네이비색 재킷과 흰색 또는 베이지색 바지, 붉은 계열 스카프 같이 감각적으로 색상을 매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흰색이나 크림색 베이지색 파스텔톤의 분홍색은 단정하면서도 신뢰감을 준다. 이지은 마인 마케팅실 대리는 “여기에 펜던트가 작고 줄이 얇은 목걸이나 스카프 같은 심플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스타일링 팁”이라고 전했다. 스커트나 바지 정장에 모두 잘 어울리는 구두는 굽 높이가 5~6cm 정도인 깔끔한 스타일.
정장에 체인숄더백처럼 작은 가방을 들면 모던한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미팅이 많은 직종이라면 A4용지만한 문서가 넉넉히 들어가는 빅백이 쓸모 있다. 평일엔 미팅용으로, 주말엔 청바지와 워커부츠와 매치해 활용할 수도 있다. 요즘엔 한 제품을 토트백이나 숄더백 등 여러 디자인으로 변형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일명 트랜스포머백도 인기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옷의 힘을 빌리면 40대 아빠들도 확 달라져요
"비행기를 탔는데 조종사가 티셔츠를 입었다면 불안했겠지만, 유니폼을 입었다면 신뢰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옷의 힘이다."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한 말이다. '옷의 힘'은 나이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새로운 시작이 20~30대의 전유물일 수만은 없는 법. 새 직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40대 젊은 아빠들도 얼마든지 첫인상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옷의 힘을 빌리면 말이다.
남성정장 브랜드 LG패션 타운젠트는 사이드 벤트이면서(트임이 양쪽에 있고) 투 버튼(단추가 가로로 두 개)인 재킷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톤을 거스르지 않는 니트나 카디건을 겹쳐 입으면 부드러움을 한층 강조할 수 있다고.
나이가 들수록 직장남성들은 전체적인 의상 색깔이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다. 자칫 권위적일 거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어두운 톤의 클래식한 분위기는 살리되 권위적인 느낌은 없애고 싶을 때 포켓스퀘어나 커프링크스를 활용하면 좋다. 단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해야 요란하거나 가벼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재킷과 바지의 색상을 비슷한 톤으로 매치하면 무난한 인상이다. 이때 넥타이 대신 실크 스카프를 매치해도 좋다. 수트로 캐주얼한 느낌을 내고 싶다면 면바지나 체크무늬 니트를 입는다. 품위는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인상을 준다.
40대의 젊은 오너라면 검은색 수트와 회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조화시킨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연출한다. 넥타이 매듭을 볼륨감 있게 매면 클래식한 느낌까지 더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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