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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MB정부 3년' 민심택시 운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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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MB정부 3년' 민심택시 운행해보니

입력
2011.02.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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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높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작은 회사라도 많이 만들어서 취직이 되게 해주세요. ‘88만원 세대’라는 말처럼 88만원 받는 비정규직자라면 독립하기 힘들잖아요. (S여대 관광과 2학년 손모씨)

이명박 대통령 취임 3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에 특별한 택시 5대가 떴다. 보닛에 ‘민심택시’라는 스티커를 붙인 이 택시들은 박원순 이사와 배옥병 무상급식연대 상임운영위원장, 탤런트 맹봉학씨, 인터넷 방송인 ‘망치부인’등을 각각 태우고 오전10시부터 7시간 동안 서울 구석구석을 달렸다. 대학생, 자영업자, 주부 등 승객 40여명이 이들과 합승, 행선지까지 가면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 받았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3년을 맞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이 행사를 기획했다.

오전 10시 25분. 박 이사를 태운 택시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초동 거래처로 향하는 회사원 남모(44)씨를 첫 손님으로 태웠다. 박 이사가 “요즘 힘들죠”라며 입을 떼자, 남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의 학원비 내고, 집 담보 대출금 갚고, 세금 내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서울이 예전보다 깨끗해진 건 사실이지만 서민들을 위한 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도 했다.

두 번째 손님은 삼육대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 김모(20)씨. 한 학기 등록금이 420만원이라는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 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친구들끼리 취직과 등록금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휴학을 고민하게 된다”는 그의 말에 박 이사는 “그게 다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너무 미안하다”며 한동안 침묵했다.

다른 택시를 탄 승객들의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부쩍 오른 방값, 밥값이 부담스럽지만 이를 타개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장미자(41)씨는 “두 아이 학원비가 한 달에 100만원”이라면서 “한 달 15만원의 부담을 덜어 준 무상급식이 최근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정책”이라고 말했다.

민심택시가 무료인데도 손님 잡기는 쉽지 않았다. 민심택시 기사를 자청한 택시기사 15년 경력의 이상국(54)씨는 “30분에 한 명 태우기도 쉽지 않다”며 “하루 15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130만원 남짓 손에 쥘 정도”라고 했다. 말하는 동안 용산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들이 창 밖을 스쳐갔다. 이 또한 팍팍해진 서민 경제를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이날 택시 안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박원순 이사의 트위터는 응원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는 택시에서 내린 뒤 “즐거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학생들이 등록금, 휴학 같은 걸로 걱정하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며 “다음 민심택시에는 시장이나 국회의원, 대통령이 타보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통령이 ‘내가 해봤는데…’라는 건 옛날 얘기잖아요. 지금 이 땅의 삶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참여연대는 녹화한 영상을 토대로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칼럼 등을 만들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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