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머물러 있던 국내 건설업체들의 직원 철수행렬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교민 철수를 위해 24일 리비아에 특별전세기를 띄운 데 이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서 임무수행중인 청해부대까지 현지로 급파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탈출이 먼저 시작된 데 이어, 마지막까지 현장을 고수하겠다던 대형 건설사들도 직원 안전을 위해 철수를 결정했거나, 단계별 철수 계획을 세웠다. 리비아를 벗어나려는 건설현장이 늘면서 24일 정부가 급파한 특별전세기를 타려는 신청이 줄을 이었고, 일부 업체는 위험을 감수하고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기도 했다.
리비아 최대 위험지역인 동북부 데르나에 있던 원건설 소속 한국인 근로자 39명과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은 24일 오전 차량으로 이집트 국경을 넘었다. 현장 잔류 인력(한국인 14명, 외국인 476명)도 육로를 통해 추가로 이집트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4개 현장에서 총 170명의 직원 및 가족이 상주중인 현대건설은 필수인력을 제외한 35명을 우선 철수키로 했다. 우선 이번 전세기편으로 트리폴리쪽 직원 20여명이 출국할 예정이며, 벵가지 현장에 근무중인 직원들 15명(가족 3명 포함)은 벵가지항에 도착하는 터키 선박을 이용해 리비아를 빠져 나오기로 했다.
대우건설도 리비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가족과 인턴사원 1명 등 총 15명이 이번 특별 전세기편를 통해 귀국할 예정. 김훈 대우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는 "서부 벵가지 현장은 시위대가, 수도인 동부 트리폴리는 정부군의 보호를 각각 받고 있어 안전한 편"이라며 "그러나 사태 추이에 따라 최소한의 필요인력만 두고 3단계로 철수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트리폴리와 벵가지시의 유혈사태는 지난 21일을 고비로 다소 잦아들었고 시내 분위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현장근로자들은 현지 분위기를 전해왔다.
정재학 대우건설 트리폴리 지사장(상무)은 24일 현지에서 전화통화로 "트리폴리지역은 21일 시위가 가장 격렬했으나 22일 이후로는 외국인들이 이동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체로 뒤덮였다거나 죽음의 도시가 됐다는 일부 내ㆍ외신 보도는 과장된 것으로 현지 교민들이 오히려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폴리 도심에서 민간인에 대한 전투기 폭격이 있었다는 보도 역시 군이 시위대의 시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도시 외곽 주요 길목을 타격한 것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대우건설의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의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성익제 부장도 현지 통화에서 "기간시설 공사현장인 만큼, 시위대가 현장을 주야로 경비해주고 있어 안전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5일 전까지만 해도 일제히 문을 닫았던 시내 상점들도 조금씩 영업을 재개해 23일부터는 대부분 문을 열고 장사를 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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