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운명이 조만간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의 대규모 저항에 카다피 정권은 최후의 결전으로 맞설 태세여서 또 한 번의 유혈 참사를 예고하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마지막 일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24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생중계된 전화 연설에서 "알자위야에 있는 시위대는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폭도들"이라며 알카에다 배후설을 주장했다. 카다피는 또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알카에다 전사들이 제공한 마약에 중독됐으며 미국과 서방세계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수천명의 아프리카 용병과 민병대들이 트리폴리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트리폴리로 향하는 주요 도로와 거리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군복을 입은 용병과 민병대가 배치됐고,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탱크 4대가 트리폴리 시가지에 진입했다. 수단과 차드, 니제르 등에서 활동했던 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범아프리카여단' 2,500명이 시위 진압에 합류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카다피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벵가지, 토브룩 등 동부지역을 장악한 시위대는 25일 트리폴리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 제3의 도시 미스라티까지 반정부 세력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지방의 시위대가 트리폴리로 진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정권의 버팀목이 돼 왔던 군에 대한 통제력에도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이날 벵가지 폭격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 2명이 명령을 거부하고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리비아 뉴스 웹사이트 알퀴라이나가 보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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