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맺었던 서구 고위인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카다피가 반정부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는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을 향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4일 카다피와 친분을 맺은 세계 지도자들이 매우 불편한 과제에 직면해있다고 보도했다.
기업 경영진 가운데는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렐리를 이끄는 마르코 트론체티 프로베라 회장이 선두다. 트론체티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리비아투자청(LIA) 자문위원단으로 활동했으나 사태가 커지자 23일 사퇴했다.
카다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는 런던정경대(LSE)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리비아 공무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LIA와 카다피 국제 자선단체 등으로부터 기부금과 장학금을 받아온 것.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이 이 대학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학측은 이날 리비아 공무원 과정을 일단 중단한다고 밝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카다피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맺어온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8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1911년부터 1943년까지 리비아를 식민지화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을 내놓으면서 양국 관계가 급진전됐고 이후 경제적 협력을 이뤄냈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할 당시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카다피와 손을 잡은 정상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04년 리비아를 테러와의 전쟁 파트너로 선언하면서 우호관계를 맺은 직후 영국 정유업체들의 석유탐사권을 따냈다. 2007년 당시 블레어 총리는 석유협상을 위해 로커비 폭파범 압둘아셋 알 메그라히를 석방시켰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총리는 2008년 4월 대통령시절 리비아를 방문, 빚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탕감해주는 대신 가스탐사, 철도건설 등에 관한 합작투자협정을 맺었다.
이외에 리처드 펄 전 미국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은 리비아를 위한 로비활동을 벌이는 컨설팅업체 모니터그룹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펄 전 위원장은 2006년 모니터그룹 고문으로 합류해 그 해 두 차례 카다피를 만났고 결과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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