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첫 출근, 첫 등교…. 모든 처음은 설렘과 함께 긴장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은, 그것이 설사 간절히 바라고 대비해 온 순간일지라도, 몸과 마음을 경직시키게 마련이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진전된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학설(초두효과)은, 신입사원 입장에서 보자면, 가히 협박 수준으로 들린다. 그런 불편함으로 하여 상대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뜻밖의 실수를 빚기도 한다.
가장 초보적인 조언 하나. 첫 걸음은 여유로워야 한다. 30분 일찍 일어나 한 발 먼저 낯선 시간과 대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절대 지각은 안 된다. 여유는 지니되 그 여유를 드러내는 것도 삼가야 한다. 직장 상사와 선배들은 신입사원에게서 풋풋함을 기대한다. 얼마간의 긴장과 사소한 서투름은 그러므로 약일 수도 있다. 알더라도 너무 아는 척 하지 말고, 닳았더라도 표나게 닳은 티를 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첫 순간의 스트레스를 내심 즐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낯선 건물의 현관을 들어서자.
매너 컨설팅 업체 '예라고'의 허은아 대표는 "신입 사원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출근 첫 주, 길어도 한 달 안에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 번 심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면 훨씬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처음부터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수월하고 바람직한 길이죠."예를 들어 조금 일찍 출근하는 것도 '신입사원의 의무'로서가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업무 적응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표정도 밝아지고 좋은 습관을 체득해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인사만 잘 해도 낙제는 면한다는 말이 있다. 상사나 선배는 하루 열 번, 스무 번을 만나더라도 무조건 인사를 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출근해서 처음 인사할 때는 상체를 30~45도 정도 숙이는 인사를 하고, 이후로는 15도 정도의 가벼운 목례가 좋다. 화장실에서 만나더라도 눈인사나 목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허 대표는 "인사는 과하다 싶을 만큼 자주 해도 된다. 눈만 마주쳐도 인사를 하라"고 조언했다.
화법과 목소리도 중요하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데 목소리(38%)가 표정(35%)이나 태도(20%) 말의 내용(7%)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라는 분석도 있다.(메라비언의 법칙)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우지은 대표는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3단계 비법을 소개했다.
처음이 '미소 연습'이다. 미소는 호감도, 신뢰도, 친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한다. 표정이 어둡다거나 굳어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면 거울을 보고 당장 미소 짓는 연습을 하자. 우 대표는 "아침마다 세수를 한 뒤 거울을 보며 '미나리~' '개나리~' 처럼 '이'모음으로 끝나는 단어를 발음하며 입꼬리 움직임에 맞춰 눈웃음을 연습하라"고 조언했다.
목소리나 화법도 훈련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애교성 혀 짧은 소리나 어린아이 같은 말투, 빠르고 부정확한 발음, '~했는데요~' '~거든요~' 식의 화법으로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없고, 화난 듯 무뚝뚝한 말투로도 호감을 얻기 힘들다. 우 대표는 복식호흡법과 마스크 공명법을 추천했다. 복식호흡을 하면 중저음의 안정적 목소리가 만들어지며 부드러운 공명으로 따듯함과 신뢰감을 전해줄 수 있다. 정확한 발음은 지적인 이미지를 주는 데 도움이 된다. 말을 처음 배우듯 혀의 위치에 신경을 쓰면서 자ㆍ모음을 발성하며 한 음절씩 천천히 낭독하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배려의 화법이 필요하다. 친절을 몸에 배게 하라는 얘기다. 친절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마법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상대로부터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감사와 긍정의 표현도 중요하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와 같은 감사의 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STH 김종일 대표 인터뷰
매너 강의ㆍ컨설팅 회사인 STH의 김종일 대표는 매너와 에티켓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너는 반복을 통해 몸에 밴 개인적 행동 습관이고, 에티켓은 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예의입니다. 사장의 매너가 있고, 말단 사원의 매너가 있죠. 아버지의 매너가 있고, 남편의 매너가 있어요.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극히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신입사원에게 요구되는 매너를 묻자, 김 대표는 '그걸 다 어떻게~'싶은 듯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사회 초년생들이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꼭 지녀야 할 일상 매너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입사원들은 이제부터 악수를 많이 하게 될 겁니다. 지금껏 친구나 학교 선후배 사이에서 격의 없이 나누던 악수와는 다른, 프로세계의 악수법을 익혀야 합니다. 악수는 윗사람이 청하고 아랫사람이 응하는 인사법입니다. 촉감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인 만큼 예민해야 하는데, 좋은 악수법의 핵심은 윗사람의 동작에 철저히 순응해야 한다는 겁니다. 맞잡은 손의 악력도 윗사람이 전하는 악력만큼 힘을 주어 잡아야 합니다. 더 강하게 잡으면 불쾌감을 줄 수 있고, 형식적으로 쥐면 거리감을 주죠. 흔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게 명함입니다. 직장인에게 명함은 인격과 같은 겁니다. 가급적 좋은 명함지갑을 준비하세요. 명함을 호주머니나 돈 지갑에서 꺼내 건네고, 받은 명함 역시 호주머니에 쑤셔 넣어서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죠. 명함을 교환할 땐 항상 자리에서 일어서야 합니다. 상대방에 이름을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펼쳐 좌측 상단을 살짝 쥐고 가슴 높이에서 건네고, 받을 때는 우측 하단을 글씨가 덮이지 않을 정도로 잡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미팅이 이뤄지는 자리라면 상대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모임이 끝날 때까지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중간에 한두 번쯤 명함을 보며 이름과 직함을 불러주는 게 좋습니다. 음식물 같은 게 명함에 묻지 앉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상사나 선배에게 부탁을 할 때는 '~ 좀 해주십시오'투의 명령어는 삼가세요. 아무리 공손해도 명령어는 명령어니까요. 대신 '~에 주시겠습니까'의 청유형이 좋습니다. 의사를 전달할 때도 '~식사하고 오겠습니다'의 일방적 통보형보다는 '~갔다 와도 되겠습니까'가 좋아요.
사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때는 가급적 초점을 상대에게 맞추고 수준과 깊이를 조절해야 합니다. 신입사원에게 말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신이 나서 화제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 것도 신뢰감을 주기 어렵습니다…."
김 대표는 20년 경력의 호텔리어 출신으로 10년째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외교관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등 국제매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모든 매너의 관건은 'T(Time) P(Place) O(Occation)'에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사법이라고 하더라도 회사 CEO에게 할 때와, 30대 대리 선배에게 할 때는 다르죠. 정중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되는 것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어요. 매너의 정답은 TPO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어린 마음이죠. 성실한 자세, 존경의 마음, 겸양의 태도는 작은 매너의 실수를 넘어섭니다. 첫인상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는 코 성형수술을 권하고, 피부과 의사는 피부미용을 권하죠. 화법 전문가는 화술 훈련을, 매너 전문가는 예법 매뉴얼을 펼쳐 보입니다. 물론 다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의 미소 같은 것이어서는 곤란하지 않겠어요?" 매너 전문가가 꼽은 가장 좋은 매너는 요령이 아니라 내면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었다.
글·사진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이 전하는 목소리 훈련법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
공명음이 살아있고, 톤은 약간 낮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말의 속도는 1분에 320음절 정도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여유가 느껴져야 한다. 발음이 정확하고 어미가 선명해야 한다.
좋은 목소리 훈련
복식호흡이 중요하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배에 공기를 채우고, 입으로 내쉬면서 복근을 끌어들이는 호흡을 훈련하자. 동시에 공기를 코와 입 주변 마스크 부분으로 모아서 허밍하듯 공명음을 만들어보자. 손을 입과 코 주변에 놓고 부드러운 진동이 느껴지게 하는 훈련이다. 복식호흡과 함께 배로 공기를 조절하며 말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말이 여유로워진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한 호흡씩 쉬고, 말끝이 또렷이 들리도록 명확하고도 짧게 끝맺는 습관을 들이자.
주의할 점
술이나 커피, 홍차등 카페인이 든 음식은 성대를 건조하게 만들어 거친 목소리를 내게 한다. 우유나 요구르트 등 유제품도 일시적으로 목소리를 탁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좋은 목소리가 필요한 때에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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