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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도에서 생명누리공동체 꾸려온 정호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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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도에서 생명누리공동체 꾸려온 정호진 목사

입력
2011.02.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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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누리공동체는 생명, 평화,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국제 NGO다. 2006년 이 단체를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호진(58) 목사는 생명이 아름답게 꽃피는 세상을 만들자는 생명누리의 꿈을 멀리 인도의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펼치고 있다. 사람 대접 못 받는 불가촉 천민들을 위해 마을을 개발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생명누리공동체가 운영하는 샨티학교의 개교 준비를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를 만났다. 경북 상주시에 있는 이 학교는 중고등 과정 대안학교로 3월에 문을 연다.

그는 2001년 인도로 갔다. 생명농업과 민족의학 전문가이기도 한 그를 남인도 교단이 초청, 불가촉 천민들에게 생명농업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5년간 여러 곳을 다니며 교육을 했는데 생명농업이 뿌리 내리려면 1회성 교육보다는 모범사례가 될 마을을 만들 필요를 느껴 지역 개발에 나섰다.

남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힌두푸르에 본부를 두고 마을 공동체 건설을 시작한 지 6년, 그의 꿈은 마넴빨리 깔루르 베바나할리 세 마을에서 열매를 거뒀다. 마을개발센터를 세워 직업 훈련과 문맹 퇴치 교육, 모자 보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결과 가난하고 못 배운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농사 지을 땅이 없는 농민에게 암소를 사 줘서 우유를 팔아 살 수 있게 돕는 가축은행, 주로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소액 대출도 큰 힘이 됐다. 암소를 받은 농민은 3년 후 송아지로 갚고, 소액 대출로 재봉틀을 산 여성들은 재봉일로 번 돈 중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는다.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교실, 생명농업을 보급하는 시범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인도인 직원들과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한국에서 모은 후원금으로 한다. 그는 직접 밭일을 하고, 주민을 지도하고, 우물을 파기 위해 수맥을 탐사하러 다닌다. 인도는 강수량이 적어 물이 귀하다.

"목사인 제가 교회 짓는 선교를 안 하고 마을 공동체 일에 매달리니까 처음엔 남들이 이해를 못하더군요. 하지만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곳, 세상 어디서든 활동하는 분입니다. 제가 꿈꾸는 선교는 십자가를 걸고 기독교 색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는 10년 간의 인도 활동 중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깔루르에 마을을 이끌어갈 청년 모임을 만든 것을 꼽았다.

"청년들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마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모임이에요. 희망이 없다면 마을을 떠났을 청년들이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NGO 활동은 주로 여성과 어린이를 지원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마을 개발 사업은 처음 5년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지원하지만 다음 5년부터는 원조를 줄여나가 10년째가 되면 원조를 끊고 자립하게 하는 겁니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키워 나중에는 다른 마을을 돕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요."

최근 그는 힌두푸르에서도 제일 빈곤한 슬럼가인 안베드카나가르에서 일을 시작했다. 인구 2,000명이 전부 불가촉 천민인 마을이다. 화장실이 있는 가구가 전체의 5%밖에 안되고 공동화장실 하나 없는 이곳에 그는 용변을 퇴비로 쓰는 생태 화장실을 짓고, 여러 가지 교육ㆍ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마을을 살릴 계획이다.

생명누리는 그가 늘 꿈꿔 온 이상적 공동체다. 30대 시절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칠 때도, 경남 거창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명농업과 민족의학을 연구한 40대 10년 동안에도 그랬다. 성경에 나오는 초기 이스라엘 사회를 이상적 공동체 모델로 꼽는 그에게 인도는 그 꿈을 실천하는 현장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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