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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은곰상 받은 양효주 감독 트위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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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은곰상 받은 양효주 감독 트위터 인터뷰

입력
2011.02.2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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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베를린영화제 단편영화 부문에서 박찬욱ㆍ찬경 형제감독(황금곰상)에 이어 은곰상을 수상한 양효주 감독. 그가 올해 26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예정자이며, 수상작 '부서진 밤'이 그의 졸업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최근 뜨겁게 달아올랐던 '최고은 논쟁'이었다. 사막화한 영화 제작 풍토가 땡볕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터라 한층 반갑고 고마운 '쾌거'.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체코 프라하에 있었다. "수상은 꿈에도 상상 못하고, 간 김에 유럽여행이나 해보자며 예약해둔 티켓"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위터가 있잖아! "재밌겠다"고 손뼉을 치는 그와 각자의 도시에서 와이파이망을 찾은 후 접선하기로 했다. 한국일보 트위터 팔로워들로부터 미리 질문을 받아 22일 진행된 트위터 인터뷰는 그래서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가 "체코 장인 정신으로 한 자 한 자 아이폰 자판을 찍으며 답변했다"는 사실은 이 인터뷰의 마지막 반전.

_졸업작품으로도 큰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구나 놀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한국 단편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데요.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한 섹션에 있는 두 개의 상을 한 나라의 작품들이 모두 받은 적은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_교통사고 보험사기범의 꼬여버린 하루를 그린 영화가 목숨을 상품 삼아 생존을 도모하는 소비자본주의 시대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알레고리처럼 읽혔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보험이라는 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는 일인데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자신의 몸을 담보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너무 슬프게 다가왔어요. 세대를 초월한,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을 하고 싶었고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졌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_수상 기자회견에서 사회성 짙은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도 물론 미덕이지만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게 제 욕심이고요. 다양한 장르와 많은 주제에 도전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_최근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의 젊은 예술가의 생계에 관한 논쟁이 좀 있었잖아요.

"고은 언니는 두 기수 선배님이셨고, 1년 정도 같은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모두들 애통해하는 만큼 저도 아픕니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좋을까요? 사실 영화제 기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아서….)

_어떤, 미안한 마음 같은 거였을까요.

"언론에서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가 고은 선배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이 속상했고요. 한 사람의 비통한 죽음이 논쟁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슬픈 분들이 많아 제 개인적인 슬픔을 꺼내기 어렵네요. 저도 당연히 생계를 걱정한 적이 있죠. 생계를 위해 돈을 벌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싶지만 두려운 마음이 큰 게 사실입니다."

_젊은 예술가들이 최소한이나마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든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때라는 지적들이 많잖아요.

"무엇보다도 독립 예술 영화 제작지원의 활성화와 예술 영화 전용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여성감독이 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소수예요. 영화 현장이 워낙 거친 곳이라 여성으로서 현장을 장악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나요.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성별 없이 모두 힘든 게 사실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더 힘든 점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여자만이 가진 능력의 힘을 믿고요. 베를린에서도 제 영화를 '보기엔 남성적이나 여자가 아니면 표현해 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들 칭찬해주셔서 많이 기뻤습니다. 감독은 현장을 '장악'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명민하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모두의 존경을 받을만한 인품을 갖춰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어요."

_그런데 설마 지금 전화기로 트윗하고 있는 건 아니죠?

"아이폰으로 했는데…. 뭐 잘못됐나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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