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쌓여가는 근심거리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국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4ㆍ27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잇따라 터지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에 걱정거리가 될 만한 악재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졌다. 우선 구제역 파동과 물가 폭등, 전셋값 상승 등 민생 관련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파동,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 개신교와의 갈등 등도 여권에 부담스러운 소재들이다. 최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귀국과 그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부담이다. 한 전 청장에 대한 의혹이 주로 여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27일 "정말 너무 어수선해 걱정스럽다. 뭔가 뒤집어놓은 듯하다"고 토로했다.
물가나 전셋값 상승 등은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나 한나라당은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라고 제시해도 '재탕'이라고 비판을 받는다. 외생변수이긴 하지만 리비아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문제도 비상이다. 자칫 삐끗해 유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민심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휩쓴 구제역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살처분 매몰에 따른 2차 환경오염 문제가 터져 나왔다.
대형 국책사업도 부담을 주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문제는 충청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인 영남권을 둘로 가르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3월에 신공항 입지 선정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 발생한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의혹 사건도 여권에는 악재다. 야당은 본격 공세에 나설 태세이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세를 막아주려 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여러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여권 지도부가 역량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난국 돌파의 힘이 생기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른 여당 의원도 "지금은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가 국민에게 잘 보여지지 않는다"며 "당정청 전체가 한층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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